마약·술 취해 역주행 택시 들이받아 사망사고…30대 징역 5년

중앙일보

입력

음주운전 단속 현장. 연합뉴스

음주운전 단속 현장. 연합뉴스

마약과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역주행하다 교통사고를 내 상대 운전자를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부장 박성규)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2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1월 19일 오전 4시쯤 술과 마약을 한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가 서울 영등포구 서부간선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 중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아 상대 운전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사고 당일 마약 판매상에게서 20만원 상당의 필로폰을 구매해 운전 직전 자신의 차 안에서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이후 측정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1%로 면허 취소 수준(0.08%)을 넘긴 상태였다.

이씨의 승용차와 충돌한 택시 운전자 A씨(60)는 머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사고 이틀 만에 숨졌다. 이씨의 차에 함께 타고 있던 동승자 B씨(32)도 허리뼈가 골절되고 소장에 천공이 발생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낸 이씨의 부상은 경미한 수준이었다고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을 마시고 필로폰을 투약한 후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했다”며 “역주행이라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 차량 운전자를 사망하게 하고 동승자에게도 중상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피해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다”며 “특히 사고로 부모를 잃은 피해자의 자녀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택시기사 유가족 “엄벌” 호소 

앞서 지난 1월 31일 택시 운전자 A씨 유족은 “엄중 처벌을 해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렸다. 자신을 사망한 택시기사의 딸이라고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가해자는 음주와 마약까지 한 상태로 역주행해 손님을 태우러 가던 아빠의 차를 무참히 치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빠는 사는 것에 감사하며 삶의 의지가 강하셨던 분이었다”며 “그런 사람의 인생과 우리 가족에게는 남편이자 아빠의 존재를 하루아침에 앗아간 사람들을 엄중하게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에는 2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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