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공사 사장 내정자 ‘공모 포기’…"보은 인사 부담에 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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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부산 수영구청장. 중앙포토

박현욱 부산 수영구청장. 중앙포토

박현욱 전 수영구청장이 부산도시공사 사장 공모 신청을 철회했다. '보은 인사'와 '전문성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이어 부산도시공사까지 내정자가 스스로가 물러나면서 공공기관장 임명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박현욱 전 수영구청장 "박형준 시장 재선 돕겠다"

박 전 구청장은 17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부산도시공사 사장 공모에 신청하자 박형준 부산시장 최측근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부담스러웠다”며 “내 자리를 찾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내 역시 반대해 결국 공모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구청장은 “내년 대선과 박 시장 재선을 위해 (국민의힘) 당에서 역할을 맡아 도울 것”이라며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 그 이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자리를 준다면 그때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박형준 부산시장 “의사 수용…재공모할 것”

박 전 구청장은 3·4대 부산시의회 의원을 지낸 이후 5·6·7대 수영구청장을 역임했다. 그는 박 시장이 국회의원이던 때 지역구 단체장을 맡았으며, 지난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는 박 시장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박 전 구청장은 이날 오전 9시 박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철회 의사를 전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부산도시공사 사장 재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박 시장은 “부산시의회나 다른 곳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나오자 (박 전 구청장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의 뜻을 수용해 빨리 재공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이어 부산도시공사 사장 내정자가 스스로 물러난 배경을 두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당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부동산 네 채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자진해서 사퇴한 조현아 전 국회의원처럼 박 전 구청장 역시 인사검증 과정에서 전문성 부족과 보은 인사라는 여당 시의원들 지적을 피해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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