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고학력 젊은이들 "고국 떠나 살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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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럽의 고학력 청년들도 더 나은 생활 환경을 찾아 조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25세의 영국 젊은이 네 명 중 한 명은 외국에서 일하며 새 삶을 살고 싶어한다. 런던에 본부를 둔 ICM 리서치가 조사한 내용이다.

대부분 대학 졸업자로 과학자.변호사.교사.기업체 간부 등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주로 미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스페인에서 그들의 꿈을 펼쳐보고 싶어한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영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다. 영국의 젊은이들은 살인적인 생활비와 우울한 기후를 주된 '조국 기피 이유'로 꼽았다. 높은 임대료와 세금 등 살인적인 생활비를 이주 희망 이유로 꼽은 사람이 25%로 가장 많았다.

스코틀랜드와 영국 북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잿빛 하늘이 보기 싫어서"라고 응답했다. 지난달 국제 컨설팅업체인 머서 휴먼 리소스 컨설팅(MHRC) 조사에 따르면 런던은 세계에서 다섯째로 생활비가 비싼 도시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젊은 인재들의 해외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의 대니 스 리스칸사라자 부소장은 "대학 졸업자들이 다른 나라로 속속 떠나는 현상을 영국은 걱정해야 한다. (이들의 이탈로) 영국 경제는 고급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프랑스 르몽드가 7일 전했다.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동안만 영국인 35만 명이 다른 나라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현재 영국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는 중국. 150년 가까이 홍콩을 통치한 영향으로 영국인 80만 명이 중국에서 뿌리를 내렸다. 호주(61만5000명).미국(52만7000명).캐나다(23만2000명)가 뒤를 잇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본국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해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찾아 영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BBC방송이 1일 보도했다.

방송은 영국으로 건너와 취직에 성공한 몇몇 프랑스 젊은이의 사례를 전하면서 프랑스의 경직된 노동시장과 기업에 친화적이지 못한 국가 시스템을 비판했다.

BBC는 "어떤 사람이 더 좋은 음식과 나은 교통 체제, 더 긴 점심 시간, 더 관대한 사회보장을 뒤로 하고 프랑스를 떠나는 이유를 헤아리기가 어렵겠지만 대답은 간단하다. 대부분이 일을 찾아 영국에 왔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은 매년 1만5000여 명. BBC는 "프랑스에서 직업 안정은 삶의 신성한 부분으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직업 안정이 전혀 없는 단기 계약이 프랑스 젊은이들의 표준 상태"라며 이들의 이주현상을 설명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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