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게는 아직 강상우가 남아있사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수원FC전 선제골을 넣은 포항 강상우.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15일 수원FC전 선제골을 넣은 포항 강상우.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엔 아직 강상우가 남아 있다. 강상우(29)가 포항을 K리그1 5위로 끌어올렸다.

포항은 15일 수원FC와 홈 경기에서 3-1로 이겼다. 승점 34점(9승7무7패)이 된 포항은 6위에서 한 계단을 뛰어올랐다. 직전 5경기에서 4승 1무를 거둔 수원 FC(승점31)의 무패 행진도 끝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강상우를 주포지션인 왼쪽 풀백 대신 윙어로 전진 배치했다. 지난해 8골 12도움을 올린 강상우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대성공이었다. 강상우는 전반 16분 선제골을 넣었다. 이승모가 드리블하다 상대 수비수에 걸린 공이 강상우 앞으로 흘렀고, 지체없이 오른발로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1-1 동점이던 후반 23분엔 지난해 도움왕의 진가를 발휘했다. 상대로부터 반칙을 얻어낸 뒤, 왼쪽에서 프리킥을 올려 임상혁의 헤더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세 번째 골도 강상우에서 시작됐다. 역습 상황에서 신진호와 함께 공을 공격 지역으로 운반했다. 오른쪽으로 공격이 전개된 상황에서 임상협이 찬 슛이 수비수 발에 맞고 굴절돼 들어갔다.

득점 이외의 장면에서도 강상우의 플레이는 반짝였다. 2대1 패스 이후 공격수 타쉬에게 절묘한 패스를 이어줬고, 전방에선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수원FC전 이전 포항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리그에선 1승1무2패에 그쳤고, FA컵에선 '제철가 라이벌' 전남에게 져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공격수 송민규(22)가 전북으로 떠난 타격이 컸다. 송민규는 팀내 최다 득점자(7골)였다. 포항은 송민규 없이 치른 5경기에서 2득점에 그쳤다.

포항 팬들은 들끓었다. 손준호, 김승대, 일류첸코에 이어 송민규까지 전북에 보낸 것에 분노했다. 가장 괴로운 사람은 김기동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고민 끝에 강상우를 공격적인 위치로 올렸고, 승리로 이어졌다.

포항 강상우.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강상우.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강상우의 날개 공격수 출전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익숙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김천 상무(2019~20년) 시절엔 주로 윙어로 나서면서 12골을 넣었다. 게다가 강상우의 자리에 투입된 신예 김륜성(19)도 무난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김기동 감독은 “새로운 옵션을 얻은 경기”라며 크게 만족했다.

사실 강상우도 지난 겨울 이적설에 휘말렸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구단에 "송민규와 강상우만은 잡아달라"고 했고, 둘 다 남았다. 송민규가 시즌 중 결국 이적했지만 강상우는 아직까지 팀을 떠받치고 있다.

강상우의 활약은 국가대표에서 이어질 듯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왼발잡이 레프트 백'을 선호한다. 그래서 오른발잡이 강상우는 좀처럼 벤투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처음으로 발탁됐다. 수원FC전에서도 벤투호 코칭스태프가 현장에서 강상우의 활약을 지켜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