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에 묶인「팽창 살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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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는 20일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금년도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금년보다 19· 7% 늘어난 총 23조2백54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의에 착수한다.
야당 측의 5공 청산연계투쟁으로 한달 정도 늦게 심의에 착수함으로써 국회는 예산통과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10여일 동안에 심의를 끝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게됐다.
금년은 특히 야당 측이 대폭삭감을 주장하고 있고 정부·여당의 5공 청산의지가 미흡하다고 판단 될 때는 언제든지 예산안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큰데다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삭감은 커녕 일반회계기준 2천7백27억원(특별회계 포함 3천8백86억원)을 증액시켜 놓아 예결위 심의에서 파란이 예상된다.
자칫 잘못하면 시간에 쫓겨 과거처럼 졸속처리 되거나 법정시한에 통과시키지 못해 준예산편성이라는 비상조치를 해야하는 우려마저 낳고있다.
이에 따라 올 예산심의는 예산안 자체의 팽창시비에다 5공 청산이라는 정치문제와 연결돼 이래저래 정치적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야당 측은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지난 양대 선거에서 남발된 선거공약과 내년에 실시될 지자제선거에 대비한 선심사업을 위해 과다편성 됐다고 보고 모두 1조6천억원 정도의 대폭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내년 예산팽창률 19·7%가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11·3%를 크게 웃도는 데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의 전망치 6·5∼7·4%보다 2∼3배에 달하는「과다팽창예산」이라는 시각에 근거를 두고 있다. 더욱이 금년도 추경예산의 대부분이 내년에 집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안이 인플레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평민당은 내년 세출예산안 중 방위비 등 경직성경비와 예비비 등 권력관계 예산 및 불요불급한 선심성 사업비·정부출연민간 보조비등에서 모두 1조7천8백10억원을 삭감하고 중소기업·농어민·도시영세민 등을 지원키 위해 1천12억원을 증액, 1조6천7백58억원을 순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세입에선 세법을 개정해 부가가치 세율을 10%에서 6%로 인하함으로써 1조1천3백억원, 종합소득세 최저세율을 5%에서 3%로 인하하고 최저세율 과세표준액을 상향조정해 7천50억원, 조세감면 규제법 개정으로 6백50억원, 근소세 초과징수 환급을 위한 임시 조치법으로 5천8백80억원 등 모두 1조9천1백80억원을 삭감하고 과소비 사치품목 관세 10%인상으로 2백26억원, 종합토지세 및 토지 공개념 제도 실시에 따라 5백억원, 유흥향락업소 특별소비세 인상으로 3백억원 등 모두 2천3백36억원의 세입을 늘려 1조6전8백44억원 순 삭감 규모에 맞췄다.
민주당은 그 동안 정권유지비 등으로 이용돼 온 예비비등에서 1천6백20억원, 적정 방위비 유지선에서 국방예산 4천3백17억원, 내무부 예산 3천3백45억원, 건설부 예산 1천5백87억원 등을 삭감하되 농어촌부채 경감·교사처우개선·의료보험예산 등은 증액해 모두 1조6천억원정도의 세출예산을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세입부문에선 소득세법 개정으로 5천억원, 부가가치세법개정으로 1조1천억원 등을 삭감토록 되어있다.
공화당은 총1조원선에서 예산규모를 조정하되 그중 3천억원은 부문간 예산을 조정하고 나머지 7천억원을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세입부문에선 세율조정등 세법의 전면개정보다는 근로소득세액 공제부활이나 근로소득 중 필요경비를 추가로 인정해 7천억원 정도의 세 수입을 감소시킨다는 것.
이 같은 야당 측 전략에 대해 민정당은 새해 예산안이 노 대통령 집권 2기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야당 측의 무리한 삭감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농어촌지원·복지 및 균형발전에 소요되는 예산과 대통령 공약사업예산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전략. 소득세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세입부문삭감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결국 사상최대 팽창예산인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대폭 삭감해 국민의 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야당 측 주장과 복지향상을 기하고 여 대통령 집권2기 청사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그럴 수 없다는 정부·여당 측 주장이 맞부딪쳐있어 여야간의 심의조정 내용이 주목된다.

<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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