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조 늘어난 ‘역대급’ 세수에도…상반기 재정적자 80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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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조8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혔다. 경기 회복으로 소득세·법인세 수입이 늘어난 데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 호조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국세 수입이 180조원을 넘었다. 세입은 ‘역대급’으로 늘었지만, 지출이 더 크게 증가하며 재정 적자도 80조원에 달했다.

부동산 과열에 세수 50조 늘어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8월호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20조원의 국세가 걷혔다. 지난해 같은 달 14조7000억원보다 5조3000억원 세입이 늘어났다. 상반기 국세 수입은 181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8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늘어난 국세수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늘어난 국세수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보다 늘어난 48조8000억원 국세 수입 중 13조3000억원은 기저효과로 인한 것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정부가 지난해 상반기 세금 납부를 유예하고 하반기에 내도록 하면서다.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35조5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혔다고 기재부는 분석했다.

기재부는 “빠른 경기 회복, 자산시장 호조 등으로 상반기 세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주식시장 호황으로 양도소득세가 7조3000억원, 증권거래세가 2조2000억원 지난해보다 더 걷혔다. 수출 증가로 인해 상반기 법인세는 39조7000억원 걷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조4000억원 증가했다.

그런데도 재정 적자 80조 

세입이 늘었지만, 총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6월 말 기준으로 총지출은 지난해보다 29조8000억원 증가한 34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피해계층인 소상공인·실업자 지원과 코로나19 방역 대응 등에 대한 재정 투자가 특히 많이 늘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확장 재정을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회 안전망과 복지를 위한 비용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수가 늘었다고 해도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는 “재정수지 적자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평가했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세수가 줄어들고 지출을 크게 늘린 때였다.

세입 감소 예상 하반기 우려 

지난해가 아닌 2018년이나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문제가 더 잘 드러난다. 2019년 상반기에는 59조5000억원 적자, 2018년 상반기엔 25조5000억원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누적된 재정 적자로 인해 지난 6월 국가채무는 898조1000억원으로, 9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는 세수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하반기부터 재정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세로 하반기 경기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하반기부터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의 호조세도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세입 증가는 일시적인 것에 반해 코로나19 지원과 복지 등으로 지출이 늘다 보니 적자를 줄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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