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선수 강제출국 조사한 IOC, "코치 2명 즉각 떠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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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단거리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5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일본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다가 망명 신청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벨라루스 단거리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5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일본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다가 망명 신청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서 벨라루스 육상선수가 신변 안전을 이유로 정치적 망명을 택한 사건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벨라루스 코치진 2명의 참가를 취소시켰다.

두 코치 "윗선 결정, 40분 내 짐 싸라" #벨라루스 육상 치마노우스카야에 압력 #IOC, 루카셴코 부자도 올림픽 참여 금지

AP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IOC는 “벨라루스 대표팀의 아르투르 시마크, 유리 마이세비치 코치의 참가 자격을 취소했다”며 “두 코치는 즉시 올림픽 선수촌을 떠나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실행했다”고 공지했다.

이들이 당분간 도쿄에 머무를지, 혹은 벨라루스로 곧바로 출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벨라루스 육상대표팀의 단거리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는 “코치진이 나를 강제로 귀국시키려 한다”며 “귀국하면 투옥될 수 있어 두렵다”며 일본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이후 폴란드가 치마노우스카야에게 인도주의적 비자를 발급하면서 그는 폴란드 바르샤바로 출국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시마크와 마이세비치 코치는 지난 1일(현지시간) 치마노우스카야에게 숙소를 떠나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가도록 지시한 장본인들이다. 치마노우스카야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두 코치로부터 “귀국조치는 더 윗선의 결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일본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치마노우스카야.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일본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치마노우스카야. [로이터=연합뉴스]

이들 코치는 치마노우스카야에게 40분 내로 짐을 싸서 공항으로 이동하라고 했고, “우리는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실행할 뿐”이라는 말도 했다.

IOC는 이번 사건을 공식 조사하기 전에 잠정 조치로 “(나머지)선수들의 복지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치마노우스카야가 자신의 견해에 반해 운동경기에서 제외되고 귀국 조치된 과정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IOC는 지난해 12월 벨라루스 운동선수들이 안전 문제를 호소함에 따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나 그의 장남 빅토르 루카셴코가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루카셴코는 1990년대 이후 그 자신이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을 맡아오는 등 국가 스포츠에 깊이 관여해왔다. 올해 3월 장남 빅토르가 NOC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벨라루스 선수, 폴란드서 가족 상봉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치마노우스카야는 5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남편과 상봉했다. 남편 아르세니 즈다네비치는 치마노우스카야가 일본에서 귀국을 거부하고 망명 신청을 하자, 우크라이나로 피신했다가 폴란드로 넘어갔다고 한다.

치마노우스카야는 로이터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공항으로 가던 중 할머니가 벨라루스의 집으로 돌아가지 말라고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통화 시간은 불과 10초였지만, 위험하다는 가족들의 말을 듣고 공항에서 망명을 결정했다고 한다.

벨라루스 육상 단거리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5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비로소 미소짓고 있다. 그는 이날 폴란드로 함께 피신한 남편과도 상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벨라루스 육상 단거리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5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비로소 미소짓고 있다. 그는 이날 폴란드로 함께 피신한 남편과도 상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치마노우스카야는 “가족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정신과 병동으로 보내질 것을 두려워 했다”며 “나는 항상 정치와 거리가 멀었고 어떤 서한에도 서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운동선수이고, 인생에서 스포츠 이외의 다른 것을 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고도 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이어 “지금은 내 인생에서 격동의 시기”라며 “나는 내 경력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압력이 가해지면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부정 선거 의혹에도 불구하고 6선에 성공했다. 이후 대선 불복 운동에 참여한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운동선수 등을 구금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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