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에 보.혁 대결 표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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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단에 보수·혁신 대결이 표면화되고 있다. 민족 문학 작가회의는 이 단체의 모체인 자유 실천 문인 협의회 창립 15주년을 맞아 16일「80년대 민족문학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문학적 이념과 방법에 대한 반성과 전망을 살피는 심포지엄을 가졌으며 17,18 양일간 민중과의 공감 확산을 위한「민족 문학의 밤」을 개최, 90년대를 향한 진보적 참여 문학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와 반대로 중견문인 26명을 발기인으로 한 『문학인 일동은 자유 민주 체제 수호에 적극 앞장서 국민을 계도하고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하여 불굴의 의지를 보여야할 것』을 내용으로 한 「당면한 시국을 우려하는 문단인 선언」이 전국의 광범위한 문인들에게 우송돼 지지 서명을 모으고 있어 80년대 마감을 앞두고 문단에 보혁 대결 짐을 보이고 있다.
3∼4일전부터 문인들에게 개별적으로 우송되기 시작한 「문단인 선언」은 지난 8월18일 원로문인 31명이 채택한 『예술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짓밟고 문학을 정치주의 좌익 이념의 시녀로 전락시키는 이른바 민중 주의 문학이라는 미명하의 일부 목적주의 문학 집단을 배격한다』는 시국 선언문(본지 8월19일자 보도)을 적극 찬동한다며 이를 지지하는 문인은 서명하여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2의3 영신 빌딩 503호 문단인 선언 연락 사무소로 발송하도록돼 있다. 발기인 26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구인환 김시철 김량수 문덕수 박리도 박재삼 박현숙 서정범 송명호 안장환 염재만 오영석 오인문 원형갑 윤병로 윤홍렬 이봉래이석봉 이중 이철호 정벽봉 최읍만 홍성유 홍승주 홍윤기 황명.
한편 시인 고은씨(민족 문학 작가회의 부회장)는 16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여성 백인 회관 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제 강연을 통해 『이 당의 민족 모순·사회 모순 해결 능력으로서의 문학이 있어 마땅하다』며 민족 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민족 문학은 반드시 민족 운동과의 일치에서만 타당하다』고 문학 자체의 운동성을 역설했다.
고씨는『8·15직후 진보적 민족 문학 세력이 사라진 틈을 순수 문학이 메워버림으로써 이 땅의 문학은 일제 식민지 체체가 허용하고 지지해 준 현실도피의 문제로 대표돼 왔다』며 그러나『탄압에도 불구, 이제 민족 문학은 전 민족성 내지 보편성으로 성장해왔다』며 『민족 문학의 질적·양적 고양을 위해 이제 각자의 문학에 대한 유기적 연대화를 실현하는 지도부의 운동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회원 2천3백여명을 지닌 국내 최대 문학 단체인 한국 문인 협회 회장 조병화씨는 『문협은 정치적으로 좌도, 좌의 척결을 명분으로 한 우도 거부한다. 문학 단체는 문인들에게 글쓰기 위한 좀더 나은 분위기와 친목 단체로만 만족해야지 정치적 색채를 띠면 문학의 자율성을 손상, 문학을 망가뜨릴 수 밖에 없다』고 밝히며 문학의 순수성 고수를 위해 문협회원 문인들은 어느 곳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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