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고훈장 「자유메달」줘 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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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 레흐 바웬사가 예상대로 미국에서 영웅적인 대접을 받고있다.
12일 도착하자마자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미 최고훈장인 자유메달을 받으면서『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송 받았고 전 미 노동연맹으로 부터는 8년간 미뤄온 조지미니 인권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영은 15일 상하 양원합동회의에서 절정에 달했다.
그가 연설을 위해 의사당 회의실 입구에 다다르며 도어맨의『의장각하, 자유노조지도자 입장』이라는 보고가 있자 상하의원들은 의사당이 떠나갈 듯한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바웬사가 연단을 향한 통로로 들어서자 많은 의원들이 그와 악수를 하려고 몰려들어 큰 혼잡을 이뤘다.
그가 연단에 선후에도 상하의원들의 기립박수가 3분여나 계속되어 바웬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약간 어색하고 긴장된 자세로 기다리다 마침내 두 손을 들어 V자를 그리는 답례를 해야했다.
전기공출신인 이 위대한 영웅이 폴란드자유노조 활동과 개혁노력에 보내준 미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자유노조가 지향하는 자유·인권·개혁, 특히 더 나은 생활을 위한 민주주의와 40년 공산경제가 폴란드에 가져온 재앙 등을 말할 때마다 상하의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시간 여 동안의 통역 연설에서 바웬사는 20회가 넘는 박수를 받았고 그 가운데 10여 회는 1∼2분이나 계속된 기립박수였다.
뉴욕타임스는 상하합동회의의 이 같은 바웬사 환영분위기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것과 같은 것이고 3년 전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의 그것보다 더 열광적인 것이었다고 평했다.
바웬사는 이날 연설에서『40년 공산경제로 폴란드뿐만 아니라 전 동구국가들이 파산했다』고 말하고 미국이「미국의 위대함」에 걸맞게 동구에 제2의 마셜플랜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다.
바웬사는 개혁을 고무하는 많은 아름다운 말들을 들었고 이에 감사하나 세계시장에 말의 공급은 풍부하나 요구는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 『이제 행동이 말을 따르게 하자』고 호소함으로써 대대적 경제지원을 머뭇거리고 있는 미국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의 이날 연설은 폴란드의 국영 텔FP비전과 라디오에도 생중계 됐다.
바웬사의 이번 미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의 연설은 국가원수가 아닌 외국일반인으로는 1824년 미 독립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귀족 라파예트 후작에 이어 1백65년만에 두 번째로 기록된다.
파산한 공산주의에 경제지원을 호소하러온 이 영웅을 이 처럼 뜨겁게 환영한 미국이 지금까지 「풍성한 말」과 상징적 지원에 그쳐 온 동구지원 정책을 어떻게 수정해갈지 주목된다.
【뉴욕=박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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