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재신임' 정국] SK비자금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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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비자금 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태도가 더 완강해진 느낌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공보관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른 철저 수사"를 천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예정된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더 주목을 끌었다.

盧대통령은 이날 최도술씨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해 자신의 측근인 崔씨의 비리 혐의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인정도 한다는 뜻을 밝혔다.

崔씨가 받은 돈의 성격이 대선과 관련된 것인 만큼 盧대통령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임을 고해한 셈이다. 문제의 돈에 대해서는 대선 때 盧대통령 측이 부산지역에서 쓴 자금을 갚기 위해 대선 뒤에 SK 측에서 '찬조'를 받은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특별한 명분이 없는 돈이었던 만큼 향후 SK를 잘 봐주겠다는 암묵적인 대가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수사 관계자도 "대선 자금은 아니지만 대선과 관련이 있다"고 말해 이 소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어쨌거나 대통령이 직접 崔씨의 잘못을 미리 시인한 만큼 검찰로서는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대검 측은 崔씨에 대한 내사 사실을 지난달 초 법무부에 보고한 뒤 새로 드러난 사실들을 지난달 말~이달 초 추가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용이 강금실(康錦實)법무부 장관이나 청와대 민정 파트 등을 통해 盧대통령에게 보고됐고, 그런 상태에서 사건이 세상에 공개됐다는 얘기다.

대검의 수사는 盧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으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오히려 더 철저해지고 장기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분위기다. 수사 관계자는 "최소한 다음달 중순까지는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검 중수부는 최근 자금 추적 요원을 수사팀에 가세시켰다.

아직 관련 정치인들을 소환하지 않은 판에 한나라당이 특검제 도입을 공공연히 외치고 있는 것도 검찰의 수사가 철저해질 것임을 예측케 하는 요소다.

검찰로서는 혹시 나중에 도입될지 모를 특검에 의해 검찰의 수사 결과가 뒤집히는 불명예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도술씨 혐의를 캐는 과정에 盧대통령의 연관성 여부도 철저하게 체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덩달아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을 축으로 한 한나라당 대선 자금 수사도 상당한 강도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은 崔의원에 대해 "이상수 의원(통합신당)과 비교해 죄질이 나쁘다"고 밝혀온 터다.

崔의원의 경우 1백억원가량의 큰 돈을 현금으로 받은 의혹이 제기된 만큼 그 돈의 용처를 밝히기 위해선 상당 기간의 계좌추적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또 돈의 일부가 다른 정치인들에게 들어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수사의 파장은 계속 번져갈 전망이다.

강주안.문병주 기자<jooan@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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