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더위엔 역시 공포물 … '몬스터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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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와 미야자키 하야오. 각각 미국과 일본의 '대표 감독'이다. 이들이 올 여름 가족관객을 위해 나란히 신작 애니메이션을 내놓았다. 둘 다 신인 감독을 내세운 대리전 양상이다. 국내 개봉일도 10일로 똑같다. 흥행 결과도 똑같을까.

'몬스터하우스'는 공포물이라는 점에서 아주 어린 관객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지만, 청소년층 이상이라면 여름용으로 즐길 만한 스릴.액션.유머를 잘 배합한 오락물이다. 핼러윈 전날이라는 배경은 지극히 미국적이면서도, 공포의 출발점은 우리네한테도 꽤 친근하다. 어린 시절 심술궂고 성질 사나운 동네 어른의 집 마당에 갖고 놀던 공이 넘어갔을 때 느끼던 당혹감과 두려움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주인공 소년 디제이의 앞집에 사는 수상한 할아버지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동네 아이들에게 악명이 높다. 부모가 여행을 떠난 사이, 디제이와 단짝 친구 차우더는 흉가같이 낡은 할아버지네 집 자체가 무시무시한 괴물임을 눈치챈다. 주변의 어른들은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고, 소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괴물 같은 집에 맞서게 된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핼러윈 쿠키를 팔러 다니다 괴물 같은 집에 집어삼켜질뻔한 소녀 제니도 힘을 합친다.

으스스한 분위기의 집이 원혼이 서린 괴물이라는 상상력도 재미있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표현력은 퍽 놀랍다. 전반부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로 카메라 앵글, 인물의 표정이 실사영화와 흡사하다. 흔히 3D애니메이션은 '사람'을 실감나게 그려내기가 제일 힘든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 제작진은 실제 사람배우의 얼굴과 몸에 센서를 달아 포착한 데이터를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하는 신기술로 표현력을 한 차원 높였다.

물론 이것뿐이라면 굳이 애니메이션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낡은 집이 팔다리가 달린 본격적인 괴물로 변신해 아이들과 한판 추격전과 대결을 벌이는 장면의 현란한 액션은 애니메이션의 효용을 확인시킨다.

캐나다 출신의 신인 길 캐넌이 감독했고,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저메키스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오락물의 귀재인 두 제작자가 방점을 찍은 것은 한바탕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재미이지, 그 방법이 실사냐 애니냐는 선택의 문제였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의 명작들 같은 정서적 여운은 없지만, 두 제작자의 이름값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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