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세계여행] 질기고 퍽퍽해? 우리가 몰랐던 돼지 뒷다리 맛

중앙일보

입력 2021.07.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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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몬

하몬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식당에 가면 천장이나 벽에 거꾸로 매달린 뒷다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얇게 저며 내준다. 백종현 기자

하몬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식당에 가면 천장이나 벽에 거꾸로 매달린 뒷다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얇게 저며 내준다. 백종현 기자

1인당 28㎏. 한국인 한 명이 한 해 소비하는 돼지고기 양이다(통계청 2019년). 소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 가운데 가장 양이 많다.

돼지고기 사랑이 남다른 한국에서도 유독 하대 받는 부위가 있다. 바로 뒷다릿살이다. 근육이 많아 퍽퍽하고 질기다 보니 선호도가 떨어진다. 저렴한 덕에 제육볶음이나 찌개에 넣는 식당이 많지만, 가정에서 일부러 찾아 먹는 경우는 적다.

모든 나라에서 뒷다리가 천대받는 건 아니다. 스페인 사람은 염장한 돼지 뒷다리를 얇게 저며 먹길 즐긴다. 바로 하몬(하몽, jamón)이다. 더위에 고기가 상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여 두고두고 잘라 먹던 것이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몇 해 전 스페인 마드리드 갔을 때 가장 자주 접한 음식도 하몬이었다. 레스토랑이나 시장, 마트 어디를 가도 주렁주렁 매달린 돼지 뒷다리를 볼 수 있었다. 식당에서 하몬을 주문하면 얇고 길쭉한 칼을 든 직원이 능숙한 솜씨로 뒷다릿살을 저며 접시에 담아 왔다. 처음엔 그 무지막지한 비주얼에 뒷걸음질 쳤지만, 한 번 맛본 뒤로는 천장에 걸린 돼지 뒷다리가 마냥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3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마드리드의 보틴 레스토랑. 새끼 통돼지 구이와 하몬 이베리코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백종현 기자

3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마드리드의 보틴 레스토랑. 새끼 통돼지 구이와 하몬 이베리코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백종현 기자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 ‘보틴’이라는 낡은 레스토랑이 있다. 1725년부터 이어져 오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가 청년 시절 웨이터로 일했던 가게로 알려져 있다. 단골 중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도 있었다. 그가 이 가게에서 즐겼던 음식을 지금도 맛볼 수 있다. 새끼돼지 통구이와 와인 그리고 하몬 이베리코다.

하몬 이베리코는 스페인산 흑돼지의 뒷다리를 염장한 생햄이다. 도토리를 먹여 키운 순종 흑돼지의 생햄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가 최상급으로 통한다. 대개 2년 이상 숙성해 먹는다.

하몬은 짜다. 하여 종잇장처럼 슬라이스 형태로 썰어 먹는다. 입에 넣으면 혀에 착 붙을 정도로 부드럽고 감칠맛도 대단하다. 국내에서 코로나 이후 ‘홈술족’이 늘면서 와인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몬은 스페인 사람이 꼽는 가장 완벽한 와인 안주다. 생햄 그 자체로 먹기도 하고, 빵에도 올리고, 치즈나 과일을 곁들여 먹어도 훌륭하다.

하몬은 짜다. 하여 슬라이스 형태로 얇게 썰어 먹는다. 백종현 기자

하몬은 짜다. 하여 슬라이스 형태로 얇게 썰어 먹는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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