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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딱 50봉지 문 열자마자 동났다, 삼척의 전국구 꽈배기 집

중앙일보

입력

삼척시 근덕면 '문화제과' 박준학·이용남씨 부부. 35년째 한 자리에서 꽈배기를 빚고, 찹쌀 도넛을 튀겨 낸다. 백종현 기자

삼척시 근덕면 '문화제과' 박준학·이용남씨 부부. 35년째 한 자리에서 꽈배기를 빚고, 찹쌀 도넛을 튀겨 낸다. 백종현 기자

강원도 삼척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간식은 의외로 꽈배기다. 삼척 시내는 물론이고 항구 곳곳에 꽈배기를 파는 작은 빵집이 들어서 있다. 대개 ‘삼척 OO꽈배기’ 같은 간판을 걸었다.

삼척 꽈배기 집 중에서 가장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곳이 근덕면 교가리의 ‘문화제과’다. 벽에 칠한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지고 허름한 간판을 달고 있지만, 이래 봬도 전국구 꽈배기 집이다. 하루에 꽈배기 봉지 50개만 만드는데, 오전 9시 문을 열기 전에 50명이 넘는 사람이 줄을 섰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줄은 사라졌단다. 그래도 대개 점심시간 전에 완판을 찍는다.

단칸방을 낀 19평(약 63.4㎡) 가게에서 박준학(71)·이용남(70)씨 부부가 35년째 꽈배기를 만든다. 남편 박씨가 농사를 지어 밀과 팥을 대고, 아내 이씨가 직접 꽈배기를 빚고 튀긴다.

문화제과는 오전 9시 문을 연다. 코로나 이전에는 오전 9시 전부터 긴 줄이 설 만큼 손님이 많았다. 사진 문화제과

문화제과는 오전 9시 문을 연다. 코로나 이전에는 오전 9시 전부터 긴 줄이 설 만큼 손님이 많았다. 사진 문화제과

제과점이라고는 하나 메뉴는 단순하다. 옛날에는 단팥빵‧맘모스빵‧케이크 같은 전형적인 빵집 메뉴도 팔았지만, 지금은 세 가지만 판다. 꽈배기와 찹쌀 도넛, 그리고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도넛. 꽈배기 4개와 찹쌀 도넛 5개, 생도넛 1개를 한 봉지에 담아 5000원이다. 한 사람이 한 봉지만 살 수 있다.

가게에 들어서니 ‘저희 꽈배기는 절대 말랑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손에 쥐면 딱딱, 입에 넣으면 바삭, 씹으면 쫀득쫀득한 느낌’이 나는 꽈배기라는 설명도 재미있다.

그날 반죽해서 튀긴 것만 판매하는 것이 노부부의 오랜 원칙이다. “전날 미리 반죽해 놓으면 너무 발효돼 특유의 단단한 식감이 사라져버린다”는 게 이용남 할머니의 설명이다. 설탕은 꽈배기 전체에 두르지 않는다. 한 면만 살짝 찍는다. “설탕 맛보다 고소한 맛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제과 꽈배기는 호불호가 갈린다. 안 좋아하는 쪽은 단단한 식감을 문제 삼는다. ‘며칠 전에 만든 것 아닐까. 겉이 딱딱한데’ 따위의 리뷰가 흔하다. 직접 맛보니 딱딱함보다는 쫀득쫀득한 식감이 두드러졌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해졌다. 특유의 식감과 고소함 덕에 오랜 단골도 많다. “교복 입고 오던 애들이 지금은 아이를 품에 안고 드나든다”고 박준학 할아버지는 말한다.

문화제과의 하루는 일찍 시작한다. 노부부는 새벽 2시면 일어나 반죽을 시작한다. 반죽하는 일도, 빵을 튀기고 설탕을 입히는 일도 노부부가 온전히 감당한다. 요즘 같은 여름이면 동이 트기 전부터 땀을 한 바가지 쏟아야 한다. 가게가 문을 닫는 월요일만 빼고 늘 같은 생활의 연속이다. 날마다 완판이지만, 하루에 쉰 봉지 넘게 만들 생각은 없단다. 노부부는 말한다.

“더는 힘 들어서 못해. 더 많이 팔 생각은 없고, 더 오래 장사는 하고 싶어요. 그래야 단골과 더 많이 만나지.”

대개 점심시간 무렵이면 그날 준비한 꽈배기 봉지 50개가 다 나간다. 한 사람이 한 봉지만 살 수 있다. 백종현 기자

대개 점심시간 무렵이면 그날 준비한 꽈배기 봉지 50개가 다 나간다. 한 사람이 한 봉지만 살 수 있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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