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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으로 국면 주도”…윤석열, 조기 입당 전격 결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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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호 04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입당 원서를 제출한 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입당 원서를 제출한 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 9층. 캠프 참모들과 회의를 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준석과 만남 후 미묘한 파열음 #정보 유출설 등 갈등 커지자 결심 #야당 지도부와 사전 소통 없이 #상륙작전하듯 당사 찾아 입당식 #윤 “당적 갖고도 넓은 지지 가능”

▶윤 전 총장=접니다. 오후 2시에 뵐 수 있습니까.

▶권 의원=좋습니다. 어디서 볼까요.

▶윤 전 총장=제가 당사로 가겠습니다.

통화 30분 뒤 캠프는 기자단에 ‘오후 당사 방문’ 일정을 공지했고, 윤 전 총장은 오후 2시 당사에서 곧바로 입당식을 했다. 취재 결과 이날 입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는 전혀 사전 소통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캠프 내 핵심 참모들조차 몰랐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당사 방문 소식에 국민의힘은 공보실을 통해 “당 지도부와 따로 협의가 이뤄진 내용은 없다”고 공지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들도 “전날까지만 해도 ‘입당은 아직’이라고 했는데…”라며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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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내부에선 입당 시기를 8월 초나 중순쯤으로 잡았다”며 “전격 입당 배경에는 선제적으로 국면을 주도하려는 윤 전 총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지난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치맥 회동에서 조속한 입당에 의견을 모았고, 회동을 즈음해 구체적인 입당 시기까지 논의가 진척됐다. 그 과정에서 윤 전 총장 측의 ‘8월 13일 입당’ 제안에 이 대표 측이 “그때는 대표가 휴가 중(9~13일)”이라고 난색을 보이면서 미묘하게 파열음까지 일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인사 영입을 두고 이 대표가 “상도덕이 땅에 떨어졌다” “싹 징계하겠다”고 ‘돌직구’를 날리면서 신경전은 더욱 확산됐다.

전격적인 입당엔 전날 언론 보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9일 밤 측근 발로 ‘8월 2일 입당’ 기사가 나오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직후 캠프 안에선 “시기를 조율하던 중 당 지도부 쪽에서 정보가 먼저 샜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고, 반대로 국민의힘은 “캠프에서 샌 것 아니냐”며 책임을 윤 전 총장 쪽에 돌렸다. 이처럼 입당을 둘러싸고 당 안팎의 공방이 이어지자 윤 전 총장이 전격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입당 문제와 관련한 계속된 혼선으로 국민에게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당을 결심한 건 몇 시간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근은 “한마디로 ‘윤석열의 근성’이 드러난 장면”이라며 “(이 대표가) 자꾸 주변 사람들에게 ‘징계’ 운운한 데 대해 윤 전 총장이 분개하던 차에 이 대표가 있든 없든 따지지 않고 ‘국민의힘 상륙작전’을 하듯 입당과 당사 방문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는 호남 방문 일정으로 당사를 비웠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권영세 의원은 입당식 후 “윤 전 총장이 급하게 결단해 당대표도, 원내대표도 없이 맞았다”며 “그의 위상에 맞는 성대한 입당식을 다시 하자고 당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입당식을 하던 시각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 중이던 이 대표는 “보안 문제 등으로 전격 입당을 선택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며 ‘불협화음’ 논란에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 캠프로 간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에 대해서도 “거의 제명대에 올랐다가 사라졌다. 윤 전 총장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의 전격적인 입당이 양측 모두 썩 유쾌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은 입당식 후 기자들과 만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입당을 전격 결정한 배경이 뭔가.
“처음부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주축이 돼 정권 교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초기 경선부터 참여하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국민 의견을 장벽 없이 경청하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는데, 한 달간 많은 분을 만나 보니 당적을 가진 신분으로도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의 넓은 성원과 지지를 받으며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월 국민의힘 후보 선출 후 단일화’ 등 여러 고민을 한 것으로 아는데.
“입당은 결정하고 발표하기 전까진 그렇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늘 공정과 상식을 주장하면서 다른 대안을 생각하긴 어려웠다. 불확실성을 계속 갖고 가는 게 오히려 많은 혼선과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한 지는 몇 시간 안 된다.”
당초 ‘외연 확장 후에 입당하겠다’고 했는데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보나.
“입당했다고 해서 더 넓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안 하는 게 아니다. 모두가 정권 교체를 강하게 바라는 분들이다. 방법론과 시기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정권 교체라는 큰 과업을 위해 함께 손잡고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 대표가 당사를 비운 날 입당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은 몰랐고, 입당 인사는 다음주에 하면 된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회동은.
“제가 거취를 고민할 때 마침 공개 회동 제안이 왔다. 이젠 저도 입장을 정리한 만큼 어떤 분이 뵙자고 해도 적극적으로 응할 생각이다.”
100% 여론조사로 결정된 1차 컷오프 룰에 대한 불만이 적잖은데.
“경선 룰은 본선 경쟁력을 감안해 결정하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일반 국민은 생각하고 있다. 당에서 그런 원칙에 따라 결정할 거라고 보고, 저는 당에서 결정하는 바에 따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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