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박스] 늘씬한 다리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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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가 국내에 선보인 지 40년이 채 못 된다. 1967년 미니스커트를 입은 가수 윤복희씨가 미국에서 귀국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개방적인 미국조차 여성이 다리를 드러낸 것은 20년대의 일이다. 반항기 있는 젊은 여성들이 무릎 위로 올라간 치마를 입자 당시 근엄한 남성들은 도덕의 몰락을 예고하기도 했다.

여성에게 다리는 걷고 뛰는 기능 이외의 각별한 의미가 있다. 곧고 날씬한 여성의 다리가 남성에게 끊임없이 성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 인류행태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짧은 치마는 남성들에게 다리가 만나는 지점을 상상하게 만드는 성적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스트립쇼의 무용수들이 성장을 하고 나와 마지막으로 다리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 남성의 상상력을 극대화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견해도 있다. 미니스커트는 에로틱과는 관계없이 여성 해방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는 것. 60년대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미니스커트나 마이크로스커트의 배경에는 먹는 피임약의 개발과 여성 인권운동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미끈하게 잘 빠진 다리는 환경에 따른 진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다리가 남극과 같이 추운 지방의 원주민보다 길다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혹서와 지열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선 다리가 길고 열을 발산할 체표면이 넓어야 했기 때문이리라.

한국 여성의 다리는 농경사회의 후손답게 튼튼하게 생겼다. 그만큼 미적인 면에선 불만도 많게 마련. 다리 알통으로 불리는 비복근도 우리나라 여성에서 훨씬 발달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알통을 제거하기 위한 여성들의 열망도, 이에 부응한 치료술도 우리나라가 앞서 있다.

비복근으로 가는 주 신경을 자르는 근육퇴축술, 가지 신경을 녹이는 신경용해술에서 이젠 고주파를 이용해 근육을 응고시키는 기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근육퇴축술과 신경용해술은 관련 신경을 절단함으로써 근육의 퇴화를 유도하는 기법. 반면 고주파 종아리 성형술은 바늘을 피부에 찔러 고주파를 흘려보낸 뒤 비복근의 20~30%를 줄여 주는 시술이다.

이 방법을 처음 소개한 강남삼성성형외과 박영진 원장은 최근 미국 미용성형외과학술대회에서 110명의 환자 시술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술 6개월 뒤 계측한 결과, 2~6㎝의 종아리 축소 효과를 보였다는 것. 박 원장은 "비복근은 보조 근육이기 때문에 100m 달리기와 같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각선미를 위해 이제 여성은 기능의 일부는 버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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