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들이 뭉쳤다, 여러 음악이 공존하는 세상 위해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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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현철, 한영애, 김창기(왼쪽부터). 공연과 LP 제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사진 사운드프렌즈]

2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현철, 한영애, 김창기(왼쪽부터). 공연과 LP 제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사진 사운드프렌즈]

한국 음악 시장에서도 어덜트 컨템포러리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꿈꾸는 플랫폼 사운드프렌즈가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본격적으로 LP가 등장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10~60대 뮤지션에 대한 수요가 고루 존재했던 1990년대처럼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회복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사운드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준흠 대표는 “음악 소비자는 동시대 뮤지션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30대 이상 소비자가 없다면 30대 이상 뮤지션이 활동하기 힘들다는 뜻”이라며 “이들이 다시 음악 시장으로 돌아오도록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영애·김창기·김현철·안치환
‘사운드 프로젝트’ 무대 릴레이

이번 무대 기획한 박준흠 대표
“MZ세대와 접점 넓혀갈 계획”

1998년 대중음악잡지 ‘서브’를 창간하고 이듬해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등 20여년간 대중음악산업에 종사해온 박 대표는 다음 달 사운드 프로젝트 콘서트 첫 주자로 1988년 데뷔한 포크그룹 동물원의 김창기를 택했다. 이후 86년 민중문화운동연합노래반 새벽으로 데뷔한 민중가수 안치환, 75년 해바라기로 데뷔한 로커 한영애 등으로 바통을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라인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공연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공연은 9월 1~2일 김현철의 ‘시티 브리즈 & 러브송’, 3~4일 한영애의 ‘불어오라 바람아’, 5일 김창기의 ‘잊혀지는 것’ 순으로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2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현철은 “지난달 11집 앨범을 발매하고 직접 들려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선배들의 공연 소식을 듣고 뒤늦게 합류하게 됐다. 밥숟가락을 얹을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노래와 토크를 겸하는 맞춤형 ‘스토리 콘서트’를 기획하는 만큼 김현철 공연은 11집에 담긴 시티팝을 주로 선보이지만, 김창기는 새로 발매하는 LP 신보 ‘아직도 복잡한 마음’에 수록된 미발표 및 리믹스곡 등으로 꾸민다. 정신과 의사인 김창기는 “그동안 활발하게 활동하진 못했지만 여전히 음악은 제게 재밌는 놀이이자 취미”라며 “20대 때 만든 히트곡은 물론 그동안 틈틈이 발표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곡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처럼 ‘한국 대중음악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인 만큼 아티스트 선정 기준도 까다로운 편이다. 데뷔한 지 20년 이상 된 아티스트 중에서도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참고하는 등으로 프로젝트의 평판을 쌓아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박준흠 대표는 “2019년 정태춘·박은옥 40주년을 맞아 전국투어뿐 아니라 전시·출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다 보니 아티스트의 밸류가 높아지는 동시에 아카이빙 효과도 있었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서는 보편화한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LP뿐 아니라 굿즈 및 잡지,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점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영애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1993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던 아우성 공연 실황을 2LP로 제작하게 됐다. 그는 “그동안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부끄러워서 계속 거절했다. 하지만 이제야 좀 뒤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시대가 지나도 음악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며 “음악은 어떤 기기나 매체로 듣더라도 모든 시대를 관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1970년대 시작해 2020년대에도 여전히 노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최근 7090 명곡을 2021년 감성으로 살릴 새 가수를 찾는 KBS2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 가수’ 등 리메이크 열풍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도 “유행가는 한 시대가 지나고 나면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뮤지션이 지속해서 노력하고 청자도 열린 마음으로 듣는 훈련을 하다 보면 그 생명력이 유지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트로트 열풍이나 방탄소년단(BTS) 등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한 K팝에 대한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영애는 “어느 시대, 어떤 장르에도 스타가 있지만 다양성이 결여돼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록음악·시티팝·포크 등 여러 음악이 공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창기는 “포크 역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10~30대도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젊은 친구들과 협업해 보고 싶다. 편하게 연락 달라”고 덧붙였다. 김현철은 “11집을 만들면서 새삼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음악이 이런 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시티팝으로 대변되는 여름에 듣기 좋은 음악을 계속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예정된 공연은 11월 19~21일 안치환의 ‘너를 사랑한 이유’다. 1977년 산울림으로 데뷔한 김창완, 81년 시인과 촌장으로 데뷔한 하덕규 등도 일정을 조율 중이다. 박준흠 대표는 “아무래도 코로나19로 민감한 시기다 보니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참여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공연 규모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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