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은 어떻게 피하지 번쩍 번개 얼마큼 거리서 친 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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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번개와 벼락의 발생=번개가 치려면 대기 가운데 수증기가 많고 대기층이 불안정해야 하며, 상승 기류가 강하게 일어나야 한다.

번개의 발생 빈도는 지형과 계절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는 기온 차가 심한 봄과 가을, 지표의 온도가 높아 상승 기류가 강한 여름 장마철에 잦다.

번개는 구름이 머금은 전자(電子)들이 다른 구름이나 땅으로 빠져나가는 순간적인 방전 현상이다. 강한 상승 기류 등 때문에 높게는 수㎞에 이르는 적란운(위는 산 모양으로 솟고 아래는 비를 머금은 구름)이 빠르게 형성되면, 구름 안에서 온도 차가 생긴다. 이로 인해 구름 안의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가 움직이면서 양(+)전하와 음(-)전하가 분리된다.

분리된 양전하는 주로 구름 위쪽으로, 음전하는 구름 아래쪽으로 몰린다. 구름 아래쪽에 쌓인 음전하의 양이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공기(절연체)의 저항을 뚫을 정도로 많아지면(전압이 높아지면), 전자들이 성질이 다른 구름이나 땅으로 이동해 순간적으로 전류가 통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번개 현상(방전 현상)이다.

특히 구름과 땅 사이의 방전 현상을 벼락(낙뢰.落雷)이라고 하는데, 전체 방전의 약 10%를 차지한다.

벼락이 칠 때는 온도가 낮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 등이 모여 있는 음전하가 강한 지역에서 전자들이 땅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를 선도 낙뢰라고 한다. 이 벼락은 땅을 향해 계단 모양으로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번개가 구름에서 땅으로만 치는 것은 아니다. 선도 낙뢰가 떨어질 지면에는 양전하가 집중적으로 유도된 상태다. 지면 가까이 내려온 음전하들은 땅에서 높이 솟은 뾰족한 물질로부터 양전하를 끌어올린다. 음전하와 양전하가 만나는 순간 구름은 땅과 합선돼 강력한 전기가 흐르기 시작하며, 많은 양의 양전하가 위로 솟구쳐 엄청난 소리와 밝은 불꽃을 일으킨다. 이를 귀환 낙뢰(지면에서 구름으로 올라가는 번개)라고 한다. 선도 낙뢰가 땅에 닿는 시간은 약 0.02초, 귀환 낙뢰가 구름에 도달하는 시간은 10만분의 7초다.

<그래픽 참조>

◆ 천둥은 왜 생길까=천둥은 번개로 인해 주위의 공기가 빠르게 덥혀져 일어난다. 전기가 이동하기 어려운 대기 중에서 순간적으로 많은 음전하가 한꺼번에 움직이면 저항으로 섭씨 2만7000도에 이르는 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급속히 가열된 공기의 팽창 속도가 음속을 돌파하면서'우르르 쾅' 하는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천둥(뇌성.雷聲)이라고 하는데, 천둥이 실제로 들리는 범위는 6km 정도다.

◆ 번개 발생 지점을 어떻게 아나=번개와 천둥은 함께 일어나지만 빛(번개)의 속도가 소리(천둥)의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보통 번쩍하는 섬광을 본 뒤 천둥 소리를 듣게 된다.

이 시간 차를 이용해 번개가 발생한 곳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소리의 빠르기는 초속 약 340m이므로 번쩍 하는 섬광을 본 뒤 천둥 소리가 들리기까지 걸린 시간(초)에 340m를 곱하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번개와 천둥 소리의 시간 차가 적으면 그만큼 번개가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다는 말이다.

◆ 벼락을 이용할 순 없을까=벼락의 전압은 10억V가 넘고, 순간 전류는 2만~3만A(암페어)에 이른다. 이때 벼락은 500W 전구 2000개를 8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에너지를 낸다.

따라서 벼락을 이용하려는 연구는 많지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데다 떨어지는 시점이나 지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아직 에너지원으로 실용화하진 못했다.

◆ 벼락에 맞으면 어떻게 되나=사람이 벼락을 맞을 경우 2만~3만A의 전류 가운데 80%는 전기 저항이 적은 체내로, 나머지는 피부로 흘러 죽거나 화상을 입게 된다. 사망하는 이유는 체내 전류에 의한 쇼크 때문이다.

항공기는 전기에 의해 계기가 조작되므로 갑작스러운 전류와 전압의 변화에서 보호하지 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항공기 기기와 배선에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전류와 전압의 순간 변화를 억제하는 장치를 한다.

항공기 표면도 대부분 전도성이 좋은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이음새 부분을 도체로 연결한다. 번개에 맞았을 경우 강한 순간 전류가 항공기 표면 전체로 퍼지게 한 뒤 날개나 꼬리의 끝 부분을 통해 바깥 공기층으로 빠져나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객실 안의 승객은 전기 충격에서 보호된다. 그러나 때론 벼락의 전기 충격으로 비행기가 파괴되기도 한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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