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2배로 … 손때 타는 '하늘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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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짱(靑藏)고원은 늘 구름 그림자를 안고 있다. 하늘이 바로 코앞이기 때문이다. 초원 위 구름 그림자에서 티베트 영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그러나 칭짱 철도의 개통과 함께 칭짱의 하늘 마을은 인간의 손때를 더욱 타고 있다. 칭하이(靑海)성 거얼무(格爾木)에서 티베트자치구의 수도 라싸(拉薩)까지 가는 중간 지역인 나취(那曲) 부근의 초원. 지난달 26일 칭짱 철도의 차창을 통해서도 초원 위에 뚜렷하게 난 자동차 바퀴자국을 볼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타고 온 자동차가 만들어 놓은 흔적이다.

한 승객이 "초원에 고속도로가 뚫렸군"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만큼 그 자국은 분명하고 넓었다. 중국 내 환경전문가들은 "초원에 자동차 바퀴자국이 생기면 그 자리에 다시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 결국 서서히 사막으로 변한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침탈=초원의 몰락'인 셈이다.

수도 라싸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갑자기 늘어난 여행객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광 성수기인 7~10월의 경우 하루 평균 많아야 1000~2000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배가 넘는 4000~5000명이 밀려든다. 소화불량에 걸릴 수밖에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동차 매연이다. 외지에서 들어온 차량, 관광을 위해 거리로 밀려나온 차량이 얽혀 군데군데 정체까지 빚을 정도다. 자연히 도보나 자전거 관광을 즐기는 관광객들은 코를 감싸쥘 수밖에 없다. 자전거 관광에 나선 한 한국인 관광객은 "저처럼 푸른 하늘 아래서 이처럼 지독한 매연을 마시고 있다니"라며 한탄했다.

음식점.호텔에서 밀려나오는 쓰레기더미도 문제다. 투명한 티베트의 하천을 금세 오염시킨다. 초원 여행에 나선 관광객들이 야생동물에게 무분별하게 던져주는 과자 등 인공식품도 문제다. 야생동물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와 봉지는 초원을 더럽힌다.

티베트 당국은 환경보호를 위해 일단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첫째는 한류(限流)다. 특정 지역에 대한 관광객의 숫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다음은 분류(分流)다. 관광객을 티베트 곳곳에 적절하게 분산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관광예보제도'도 도입했다. 관광객이 언제, 얼마나 몰려들지를 티베트 내 모든 사찰과 호텔.상점.여행사에 미리 알려주는 제도다. 적절한 준비와 안전관리를 위한 조치다. 이를 토대로 여행사들과 사전 협의해 관광객이 한 곳으로 일시에 몰리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 분류의 취지다.

본지 특별 취재팀이 '하늘열차'로 불리는 칭짱(靑藏)철도가 7월 1일 개통된 뒤 한국 언론 중에서 최초로 베이징~라싸(拉薩) 구간 4064㎞를 이틀 동안 내달렸다. 하늘과 맞닿은 라싸에는 그곳의 자연과 빼닮은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다. 라마교의 사원인 부다라궁(布達拉宮) 앞에서는 오체투지(五體投地)에 열중하는 티베트 순례객들을 만났다(사진). 양 무릎과 팔꿈치.이마 등 몸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게 하는 오체투지는 고행의 채찍질이자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에게 존경을 표하는 예법이다. 라싸=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베이징 서역에서 라싸까지. 총 4064㎞의 여정을 보여주는 칭짱 열차.

물을 이용해 안마를 하는 '물치료 센터'가 지난달 31일 라싸 시내에서 문을 열었다. 업소 직원들이 개업 축하공연을 펼쳐보이고 있다. 라싸=김성룡 기자

강렬한 햇빛 때문에 선글라스를 끼고 거리를 걷고 있는 라마승.

마니차를 돌리는 장족. 이를 한 번 돌리는 것은 경전 한 구절을 읽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마을축제에 갔다가 돌아오는 세 부자.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라싸 교외에는 오토바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한 태양열을 집중시켜 주전자의 물을 데우고 있는 모습. 라싸=김성룡 기자

라싸=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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