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검언유착 없었다…제보자X의 유도" 이동재 무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17:19

업데이트 2021.07.16 18:08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며 취재원에게 ‘검찰 수사’를 빌미로 제보를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법원은 “취재 윤리는 위반했지만, 강요미수죄가 되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에 대해 각각 무죄 판결을 했다. 이 전 기자가 지난해 7월 구속돼 그해 8월 재판에 넘겨진 지 1년여 만이다. 이 전 기자는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다 구속기간이 끝난 올해 2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이철에 5차례 서신, 제보자X와 3번 만남…“강요 증거 없다”

이 전 기자 등은 지난해 2월부터 3월 사이 ‘신라젠’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VIK) 대표에게 5차례 편지를 보내고, 이 대표의 대리인인 이른바 제보자X 지모씨와 세 차례 만나 유시민 이사장 비리 제보를 강요한 혐의를 받았다.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대표에게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리 제보를 요구하면서 “협조하면 형기를 낮출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강도 높은 검찰의 추가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이 대표를 협박했다는 취지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이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가 이 전 기자와의 만남을 MBC에 제보하며 이른바 ‘검언유착’사건으로 비화하게 됐다. 대리인 지씨는 “채널A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제보를 요구했다”고 폭로했고, 검언유착을 제보한 ‘제보자X’로 불렸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이 대표에게 “유시민 등과 관련한 취재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이 대표와 그 가족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고지한 것이 강요미수죄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채널A기자 강요미수 사건' 쟁점별 1심 법원 판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채널A기자 강요미수 사건' 쟁점별 1심 법원 판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法 "기자→검찰 영향력 믿게 할 언동 없다" 판단

하지만 1심 법원은 이 전 기자가 보낸 편지 내용 및 지씨와의 만남에서 보인 언행이 강요미수죄의 구성요건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전 기자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피해자가 믿게 할 만한 명시적·묵시적 행동을 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봤다. 홍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가 보낸 편지에 가족과 재산에 대한 강제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안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그 사실 자체만으로는 이 전 기자가 검찰과 연결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정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홍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가 편지에서 “플리바게닝은 불법이고 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는 등 검찰과의 연결이 어렵다는 점을 알린 점을 언급했다. 법원은 “검찰 공소사실대로 제보하지 않으면 검찰 고위층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을 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편지 내용을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부당한 확대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제보자X의 유도’…法 “오해 있었다면 대리인 왜곡”

제보자X로 불린 지씨와의 만남을 통한 강요미수 행위도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홍 부장판사는 “대화나 통화 내용이 처벌 대상이 되는지 보려면 상대방의 회유나 유도에 의한 것이 아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이 전 기자 등이 지씨와의 만남에서 전하고자 한 메시지의 핵심 내용은 ‘비리 정보를 제공하면 검찰 관계자를 통해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내용이지, ‘비리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검찰 관계자를 통해 중하게 처벌받도록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또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임을 암시하며 검찰 관계자와의 녹취록을 보여주거나 녹취 파일을 들려준 것은 지씨의 요구와 유도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지씨 요청으로 녹취록을 들려준 것인데, 이를 ‘해악의 고지’로 본다면 “피해자 대리인의 요구로 피해자를 협박하게 되는 셈이어서 상식에 반하는 결론”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만약 피해자가 지씨를 통해 메시지를 전해 듣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면, 이는 지씨 등 중간 전달자가 왜곡해 전달한 결과”라고 판결했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명백한 취재 윤리 위반…도덕적 비난 마땅”

법원은 판결 이유와 별도로 두 피고인에 대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이 전 기자가 특종 취재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구치소에 있는 피해자에게 처벌 가능성을 운운한 것은 명백한 취재 윤리 위반으로 도덕적인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이 두 기자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일렀다. 다만 홍 부장판사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취재 중 행위를 형벌로 단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재 “정언유착 수사해달라” 한동훈 “책임 묻겠다”

이 전 기자와 변호인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검언유착’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로 무리한 수사가 진행됐고, 재판을 통해 억울함이 밝혀졌으니 어떤 정치적 배경으로 이 사건이 만들어졌는지, 제보자X와 MBC, 정치인 간의 ‘정언유착’은 없었는지 동일한 강도로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건 이후 이 전 기자를 해고한 채널A에 대해서는 복직 결정을 요청했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도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언론, 어용단체, 어용지식인이 총동원된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조국 수사 등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두 번의 압수수색과 독직폭행, 4차례의 인사보복, 조리돌림을 당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정지와 징계청구를 당했다”며 “수사심의회의 무혐의 결정과 수사팀의 무혐의 의견은 9차례 묵살됐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추미애·최강욱·황희석·MBC·제보자X·한상혁·민언련·유시민, 일부 KBS 관계자들, 이성윤·이정현·신성식 등 일부 검사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제기 여부 등을 검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