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 5차 접촉 갖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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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기자가 먼저 동독거론
○…남북적십자 제5차 실무대표접촉이 열린 13일 판문점에서 북측 기자들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사실을 들어 『적십자회담이 하루빨리 성사돼 북남간의 대규모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선공.
북측의 한 기자는 『동독의 이번 조치로 수백만명의 독일국민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면서 『그러나 북남간에는 6백여명 규모의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규모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주장.
이 기자는 『회담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은 남한측의 성의 없는 자세 때문』이라면서 『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북측이 제시한 예술공연단 및 TV실황 중계문제를 남측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날씨처럼 결과 맑아야">
○…회담이 시작되자 우리측 송영대 수석대표는 『오늘 날씨가 맑은만큼 접촉결과도 맑고 신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으며 북측의 박영수 단장은 『더 이상 연기할 여유가 없으니 오늘 기본적인 사항을 결판내자』고 응수.
이어 송 대표가 동독의 베를린장벽 개방과 관련, 『남북간에도 분단의 장벽을 허물어야겠다. 우리 적십자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장벽을 허무는 선봉에 서야겠다』고 말하자 북측 박대표도 『휴전선을 우리 스스로 없애기 위해서는 우리민족의 노력과 역량이 발휘돼야할 것』 이라고 맞장구.

<북측서 비공개 결국수락>
○…북측의 박영수 단장은 실질토의에 들어가기 직전 「긴급제안」이라며『오늘 접촉이 마지막이 될 것 같으니 기자들에게 내용을 공개하자』고 주장해 15분간 논란.
우리측 송영대 수석대표는 『타결을 손쉽게 하려면 비공개회의가 더 효율적』이라며 『본회의는 비공개원칙으로 하게 되어있고 지난번 세 차례 접촉도 비공개였으니 관례에 따르자』고 공개진행을 반대.
우리측은 또 『북측에서 좋은 보따리를 가져온 것 같은데 의견접근을 본 뒤 공개하는 것이 어뗘냐』 『오늘이 마지막이 되기 위해 오전에 끝내지 못할 경우오후부터는 회담을 공개해 계속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타결의지를 강력하게 표명.
우리측이 비공개원칙을 고수하자 북측 박 단장은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역시 벽이로구만』이라며 비공개회의를 받아들였다.【판문점=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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