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작품으로 칸 수상경쟁…성매매 트랜스젠더 다룬 '매미'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11:00

업데이트 2021.07.09 12:49

신인 윤대원 감독이 한예종 졸업 단편 '매미'로 6일 개막한 제74회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윤대원]

신인 윤대원 감독이 한예종 졸업 단편 '매미'로 6일 개막한 제74회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윤대원]

“발표 들었을 때 진짜 기분이 좋았고요. 믿기지 않았죠.”

단편 ‘매미’로 6일 개막한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학생단편경쟁부문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된 윤대원(30) 감독의 소감이다. 출국 전날인 2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다.

윤대원 감독 한예종 졸업단편 '매미'
올해 칸영화제 학생단편경쟁 초청
"새롭고 과감하게 찍으려 했죠"

‘매미’는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윤 감독의 졸업작품이자,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의 제작지원작품.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일본 황멍루 감독의 ‘수영하는 고양이(The Cat from the Deep Sea)’, 아르헨티나 사샤 아마랄 감독의 ‘빌리 보이’ 등 전세계 학생단편 17편과 겨루게 됐다.

올해 칸 경쟁부문에 선정된 한국 국적 작품으론 ‘매미’가 유일하다.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비경쟁 부문)과 홍상수 감독의 ‘당신의 얼굴 앞에서’(칸프리미어 부문) 등 올해 칸에 초청받은 한국장편 두 편 모두 수상과 무관한 부문이기 때문이다.

‘매미’ 주연배우 김니나‧정이재와 영화제에 함께 참석한다는 윤 감독은 “지난달 메일로 칸에서 연락받고 ‘얀센’ 잔여백신도 맞았다. 3일 항공편으로 가서 폐막(17일)까지 영화제 일정을 소화하려고 한다”고 밝게 말했다.

소월길 성매매 트랜스젠더의 기이한 여름밤 

영화는 어느 여름밤 서울 남산 소월길에서 성매매를 하는 트랜스젠더의 기이한 하룻밤을 허물을 찢고 성충이 되는 매미의 성장 과정에 빗댔다. 상영시간 17분을 독특한 영상미로 채운다.

단편 '매미' 포스터.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단편 '매미' 포스터.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윤 감독은 의무경찰을 하던 친구의 말에서 착안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의경들이 무전 음어로 이들(성매매 트랜스젠더)을 ‘매미’라고 불렀다. 소월길 순찰을 많이 하니까 큰 의미 없이 별명을 지은 것”이라면서다. “소월길에 대해 잘 몰랐다가 친구 말을 듣고 보니 풍경이 180도 바뀌었다. ‘매미’란 말이 놀라운 통찰로 다가왔다. 간결하고 단순한데 힘 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낯선 세계여서 조사해보니 예전 어르신들은 공공연히 잘 알고 있더군요. 요즘은 이태원에 트랜스젠더 바도 많이 생기면서 비밀스럽게 금기되지 않고 세상에 많이 나왔지만 그렇지 않았던 예전엔 (소월길이) 더 활발히 성업했다고 하고요.”

윤 감독이 스포일러 방지를 당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실과 판타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후반부에선 한국영화에 없던 대범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윤 감독은 “스태프들을 설득력 있게 이해시키는 게 문제였다. 작업하는 동안 좀 외로웠다”면서도 “판타지로 넘어가는 과정이 논리적이고 자세히 설명되면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서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새롭고 더 과감하게, 이상하게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특수효과의 경우 자칫 잘못하면 우스워질까봐 톤을 잡으며 불안하기도 했다”고 했다.

"아름다움 보기 힘들어지는 시대, 영화엔 희망 있죠" 

단편 '매미' 한장면. 촬영은 지난해 8~9월 3일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쉽지 않았지만 촬영 기간이 짧고 장소 변화가 없어 다행히 잘 마쳤다고 윤대원 감독은 말했다.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단편 '매미' 한장면. 촬영은 지난해 8~9월 3일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쉽지 않았지만 촬영 기간이 짧고 장소 변화가 없어 다행히 잘 마쳤다고 윤대원 감독은 말했다.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영화의 주제를 묻자 “조심스럽지만, 꼭 트랜스젠더나 성 정체성을 떠나 일반적인 관점에서도 삶의 중요한 기로와 방향을 선택할 때가 있다”면서 “특히 양극 대비가 심한 배우나 스포츠 선수의 경우 시작하기 전엔 희망적이지만 실패하거나 뒤로 밀리면 후회하는 경우를 봤다. 평범한 길을 갔으면 반이라도 갈 텐데 하는 마음에 자기가 선택한 애초의 마음까지 원망하고 증오하더라. 그 길을 간 첫 마음이 진심인가에 대해 저 스스로 보편적인 공감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윤 감독은 어릴 적 만화가를 꿈꿨다. 경기예고 재학시절 친구들과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사랑은 어디에 있나’(2009)로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어도비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1년간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애니메이션을 하면서도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림 그리고 창작하는 것을 즐거워했는데 애니메이션 대세가 3D여서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래밍만 하게 되더군요. 저랑 맞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에 오히려 실사영화에 집중하게 됐죠.”

두 소년의 테니스 시합을 그린 로맨스 단편 ‘봄밤’(2019)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등에서 호평받고, 청력을 잃어가는 탭 댄서가 다리가 불편한 여성과 만나는 단편 ‘새장’(2010)으론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최우수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아이돌그룹 비투비 등의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찍으며 틈틈이 단편영화 작업을 했다.

“모든 장르를 사랑하고 특히 극한의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아름다움을 보기 힘들어지는 시대인 것 같다”면서 “요즘은 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있다. 의미를 찾기 힘든 시대에 영화에는 더 좋은, 희망적인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미’가 초청받은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은 2001년 김영남 감독의 ‘나는 날아가고…너는 마술에 걸려 있으니까’부터 지난해 김민주 감독의 ‘성인식’ 등 한국작품을 꾸준히 불러왔다. ‘승리호’ 조성희 감독의 2009년 단편 ‘남매의 집’은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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