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 흥행 이끌던 서울극장 개관 42년만에 역사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14:52

업데이트 2021.07.06 15:54

42년간 서울 종로 3가를 지켜온 대표 영화관 서울극장이 2일 폐관 공지를 알렸다. [사진 서울극장 홈페이지]

42년간 서울 종로 3가를 지켜온 대표 영화관 서울극장이 2일 폐관 공지를 알렸다. [사진 서울극장 홈페이지]

서울 종로 서울극장이 개관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극장은 2일 홈페이지를 통해 “1979년부터 약 40년 동안 종로의 문화중심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울극장이 2021년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이어 “서울극장을 운영하는 합동영화사는 시대를 선도할 변화와 도전을 준비 중이다. 오랜 시간 동안 추억과 감동으로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알렸다.

1979년 출범, 오는 8월 31일 영업종료
코로나19·대형 멀티플렉스 영향 겹쳐

영업종료 배경으로는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장기 확산 등으로 인한 경영난 악화가 꼽히고 있다.

서울극장·단성사 등 이끌던 종로 시대 폐막

2014년 6월 서울극장. [사진제공=김진솔(STUDIO 706)]

2014년 6월 서울극장. [사진제공=김진솔(STUDIO 706)]

종로 3가는 서울극장뿐 아니라 1907년 설립된 단성사, 1960년대 문을 연 피카디리 등이 영화 관객을 끌어모으며 한국 영화관 1번지로 통했지만, 단성사가 휴·개관을 거듭하던 끝에 폐업하고 피카디리가 멀티플렉스 지점으로 흡수된 데 이어 서울극장까지 폐관하면서 한 시절에 막을 내리게 됐다.
서울극장은 영화제작자·감독으로 활동한 ‘충무로 대부’ 곽정환 회장의 합동영화사가 재개봉관이었던 종로 세기극장을 1978년 인수해 이듬해 이름을 바꾸며 재탄생했다. 1964년 출범한 합동영화사는 영화 ‘주유천하’를 시작으로, 배우 윤정희의 데뷔작인 강대진 감독의 ‘청춘극장’, 유현목 감독의 ‘사람의 아들’, 김호선 감독의 ‘애니깽’, 이만희 감독의 ‘7인의 여포로’ 등 100여편을 제작했다. 배우 박중훈의 데뷔작이자, 김혜수가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은 ‘깜보’도 합동영화사 작품이다. ‘빠삐용’ ‘미션’ 등 외화도 수입‧배급했다.
서울극장은 1989년 국내 최초로 복합상영관을 도입하고 1990년대 할리우드 직배사 영화를 수입‧상영하며 국내 영화 배급의 큰손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CGV‧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이 등장하면서 쇠퇴기를 맞았다. 2013년 곽정환 회장 별세 후 부인인 배우 고은아씨가 합동영화사와 서울극장 대표를 맡았고, 예술영화 상영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왔지만 결국 작별을 고하게 됐다.

서울아트시네마·인디스페이스 내년초까지 운영

서울극장 내 공간에서 상영관을 운영해온 인디스페이스가 서울극장 폐관 이후에 대해 공지문을 올렸다. [사진 인디스페이스 인스타그램]

서울극장 내 공간에서 상영관을 운영해온 인디스페이스가 서울극장 폐관 이후에 대해 공지문을 올렸다. [사진 인디스페이스 인스타그램]

서울극장 내에는 2015년부터 서울 유일의 고전영화 민간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자리 잡아 '한 지붕 세 극장'으로 운영돼왔다. 인디스페이스와 서울아트시네마는 서울극장이 영업 종료하는 8월 31일 이후에도 당분간 기존대로 운영하다 내년 초 이사를 준비할 예정이다.

인디스페이스 원승환 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1년 전보다 지금 관객이 더 없다. 코로나19로 발길을 끊은 관객이 회복이 안 된 데다 독립영화에 큰 화제작도 없었다”면서 “한 달여 전쯤 서울극장에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일단 시간을 갖고 판단하려 한다”고 말했다.

"유서 깊은 극장 보존, 제도적 노력 부족" 

유서 깊은 극장을 보존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958년부터 충무로를 지켜온 대한극장은 경영난 끝에 올해초 매각돼 주인이 바뀌었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는 대한극장 매각과 서울극장 폐관을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서울의 영화관이 대기업 거대 멀티플렉스 체인과 작은 예술영화관들로 극단적으로 양분화됐고, 그 중간급의 전통적 극장이 사라졌다. 2005년 스카라 극장의 철거 이후 서울의 미래유산으로 남아 있던 유일한 두 극장이 허리우드극장과 서울극장인데, 이번 폐관으로 종로의 영화관 시대가 끝났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대도시 서울에 기억할 만한 영화관이 제대로 남아있지 못한 것은 끔찍한 일”이라면서 “민간 극장이나 유서 깊은 극장의 보존은 어느 나라나 제도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시나 영화진흥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 이후부터 극장은 위기에 처했고 구제의 신호를 계속 보냈는데 적절한 대응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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