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을 눕히면 무한(∞)의 밤, 지옥"… 한국형 오컬트 ‘제8일의 밤’ 관람 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2021.07.02 10:54

업데이트 2021.07.02 11:53

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출시되는 '제8일의 밤'은 세상에 지옥을 불러올 '깨어나선 안 될 것'의 봉인 해제를 막기 위해 전직 승려, 강력계 형사 등이 8일간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이성민·박해준·김유정 등이 주연을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출시되는 '제8일의 밤'은 세상에 지옥을 불러올 '깨어나선 안 될 것'의 봉인 해제를 막기 위해 전직 승려, 강력계 형사 등이 8일간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이성민·박해준·김유정 등이 주연을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불교 승려가 퇴마사로 나선 오컬트 영화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이 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190여 개국에 공개된다. 영화는 전직 승려 박진수(이성민)가 세상에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을 막기 위해 동자승 청석(남다름), 정체 모를 소녀 애란(김유정), 강력계 형사 김호태(박해준)와 그 후배 박동진(김동영) 등과 더불어 8일간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신인 김태형 감독이 각본을 겸한 연출 데뷔작이다.

2일 넷플릭스 공개 '제8일의 밤'
불교철학 접목한 한국형 오컬트 표방
요괴가 불러올 지옥 막는 8일간 사투
신인감독이 상상한 '금강경' 세계관

한국형 오컬트에서 승려가 퇴마 과정의 중심이 된 작품은 드물다. 최근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맡아 올여름 극장판이 개봉하는 드라마 ‘방법’(tvN‧2020)은 도시 괴담과 무속신앙을 접목했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은 가톨릭 신부의 구마 의식을 내세워 544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어 239만 관객을 기록한 ‘사바하’(2019)은 이단에 맞선 기독교 목사를 그렸다.

주연 이성민은 “오컬트 영화를 보면 대개 악마나 사탄을 퇴마 하면서 끝이 나는데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깨달음이다”라며 “부처님 말씀처럼 번개같은 깨달음이 있는 영화”라 했다. 지난달 28일 그를 비롯해 출연 배우 박해준‧김유정‧남다름‧김동영, 김태형 감독이 참석한 온라인 제작보고회 발언을 토대로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①『금강경』같은 깨달음 새긴 오컬트

기존 오컬트 장르 법칙을 얼마나 색다르게 변주했을까. 이런 점에서 주목되는 소재가 『금강경』이다. 김태형 감독은 “『금강경』 32장 주요 구절과 그 대사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세계관”이라고 강조했다. 『금강경』은 삼국시대에 소개돼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전파된 대표적 불교 경전. “모든 모습은 모양이 없으며 이렇게 본다면 곧 진리인 여래를 보게 된다”는 등 ‘공(空)’의 진리에 관한 부처와 제자의 대화로 구성돼있다.

“부처의 설법을 들은 대중 가운데 요괴가 있지 않았을까” 상상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김 감독은 설명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영화 오프닝신에서 산스크리트어(힌두교‧대승불교 등에 쓰인 인도 고전어)로 해설한 이 영화의 세계관이다. 2500년 전 요괴가 지옥문을 열어 인간에게 고통을 주려 하자, 부처가 그 요괴를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봉인했다는 내용이다.

영화 '독전'에서 피 튀기는 악연으로 만난 (왼쪽부터) 배우 박해준, 김동영은 '제8일의 밤'에선 강력계 선후배 형사 호태와 동진 역으로사이로 동료애를 과시했다. 동진은 호태와 함께 7개 기이한 사체를 수사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눈과 다리가 불편해진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 '독전'에서 피 튀기는 악연으로 만난 (왼쪽부터) 배우 박해준, 김동영은 '제8일의 밤'에선 강력계 선후배 형사 호태와 동진 역으로사이로 동료애를 과시했다. 동진은 호태와 함께 7개 기이한 사체를 수사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눈과 다리가 불편해진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는 이 중 붉은 눈이 봉인에서 풀려나 자신의 반쪽 검은 눈을 찾아 나서면서 출발한다. 붉은 눈이 7개 ‘징검다리’를 거쳐 8일째 두 눈이 하나로 만나게 되면 세상은 지옥이 된다. 주인공 진수는 귀신을 천도해야 하는 숙명을 등진 채 살던 중 자신을 찾아온 묵언 수행 승려 청석으로 인해 외면해온 과거를 다시 마주 보게 된다. 이성민은 봉인된 두 눈에 대해 결국 “우리 마음속 고통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외부의 적인 요괴로 시작하는 영화지만,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궁극의 열쇠는 등장인물 각자 내면의 번뇌에서 찾게 된다는 얘기다.

②8 눕히면…각자 만든 무한(∞)의 밤, 지옥
제목의 숫자 ‘8’도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김 감독은 “표면적으로는 한정된 8일이라는 시간 동안 각기 다른 인물들이 각자의 운명대로 마지막 8일의 밤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란 의미고, 8자를 옆으로 눕혀놓으면 무한의 밤, 지옥이라는 뜻이 있다. 또 스스로가 만들어낸 무한의 밤에 갇혀서 살고 있는 ‘진수’라는 캐릭터가 깨달음을 얻는 마지막 8일의 밤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③뒤통수, 머리카락 사이에 숨은 눈알…시각공포 

'제8일의 밤'에서 각본을 겸한 김태형 감독이 구상한 한국적 오컬트 장면들. 2일 넷플릭스 출시 전 예고편에선 얼굴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교복 입은 여학생(사진)의 모습도 공개됐다. [사진 넷플릭스]

'제8일의 밤'에서 각본을 겸한 김태형 감독이 구상한 한국적 오컬트 장면들. 2일 넷플릭스 출시 전 예고편에선 얼굴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교복 입은 여학생(사진)의 모습도 공개됐다. [사진 넷플릭스]

오컬트 팬이라면 반길 만한 괴이한 장면들도 있다. 애초 강력계 형사 호태가 이 초현실적 상황에 휘말린 것은 기괴한 모습으로 죽은 시체들 때문이다. 시신마다 머리에 움푹 파인 흔적이 있다. 이는 바로 요괴의 눈이 머물렀던 자국. 사전에 공개된 영화 예고편에도 교복 차림 여학생의 뺨이 갈라진 사이로 눈알이 번뜩이는 장면이 강렬하다.

이런 이미지는 김 감독이 6년 전 실제 경험에서 떠올린 것이다. 당시 방에서 벽을 마주하고 누워있던 김 감독은 자신의 감은 눈앞에 자신이 누워있는 방 전경이 선명하게 보이는 초현실적 현상을 겪었다. 이를 ‘뒤통수, 머리카락 사이에 숨어 있는 검은 눈알’이란 메모로 남겼고 이를 토대로 4년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 2년에 걸쳐 영화를 제작해 선보이게 됐다.

④실존 전설처럼…산스크리트어 주문·사막 해외 로케

공개 순서는 바뀌었지만, 김유정(사진)에겐 이 영화가 성년 이후 첫 출연한 작품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비밀을 쥔 소녀 애란을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공개 순서는 바뀌었지만, 김유정(사진)에겐 이 영화가 성년 이후 첫 출연한 작품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비밀을 쥔 소녀 애란을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지키는 운명을 타고난 진수 역의 이성민은 준비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눈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다”고 돌이켰다. 실제 불교 승려들과 대화를 나누고 산스크리트어를 배우기도 했다.

극 중 소품에도 사실감을 불어넣었다. 탱화는 실제 고려 불화를 바탕으로 재작업하고 요괴를 가둔 사리함은 남미에서 원석을 구해 만들었다. 영화 속 주요 무대인 사막은 촬영이 진행된 2019년 카자흐스탄에서 찍었다.

한편, 코로나19 기승이 여전한 올여름은 유난히 공포장르가 강세다. 1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극장가에선 지난달 3일 개봉한 할리우드 오컬트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가 한달만에 77만, 이어 16일 개봉한 괴수물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68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 중이다. 오는 14일엔 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태국 공포 ‘랑종’이 개봉한다. 제목은 태국말로 무당이란 뜻으로 태국 공포 흥행작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 엄지원‧정지소, 김용완 감독이 드라마판에 이어 뭉친 극장판 ‘방법: 재차의’는 28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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