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현대차 MZ노조, 찻잔 깰 돌풍 될까…교섭권이 목표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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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차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의 가입설명 홈페이지. 카톡을 사용해 친근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재존중 노조 홈페이지

현대차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의 가입설명 홈페이지. 카톡을 사용해 친근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재존중 노조 홈페이지

찻잔 속 태풍에 머물까. 아니면 찻잔을 깨뜨릴 돌풍이 될까.

8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으로 꾸려진 현대자동차 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하 MZ노조)’의 참여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출범한 사무연구직 노조의 모바일 커뮤니티(네이버 밴드) 가입자가 석달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커뮤니티 가입자 전부를 사무연구직 노조 가입자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성장세만큼은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사무연구직 노조는 한계도 명확하다. 특히단체교섭권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직 중심의 현대차 기존 노조가 파업 절차를 밟고 있지만 MZ노조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조합원 총투표에서 찬성 83.2%로 파업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 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반면 성과급에 대한 불만 누적으로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MZ노조는 사측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양측을 가른 건 교섭권 유무다. 교섭권이 없는 노조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걸 기존 노조의 파업 안건 통과가 보여준 셈이다.

현대차 아산공장 전경. MZ세대가 주축이 된 현대차 노조가 지난 4월 출범했다. 연합뉴스

현대차 아산공장 전경. MZ세대가 주축이 된 현대차 노조가 지난 4월 출범했다. 연합뉴스

교섭권 없는 노조는 허수아비

교섭권이 없는 노조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노조의 가장 큰 힘이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MZ노조도 이를 잘 알고 있다. MZ 노조가 노조 가입을 설명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교섭권 확보를 우선순위 목표로 내걸고 있는 이유다.

기존 노조에선 벌써 견제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5일 울산에서 열린 기존 노조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소속 한 대의원은 이날 “성과에 따른 차등 성과급 지급에 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MZ노조가 내건 공정한 보상을 비판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대의원은 한 목소리로 “부족한 건 참아도 불공평한 건 못 참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과 평가에 따른 차등 성과급 지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MZ노조 교섭단위 분리 나설 듯

20·30세대 중심의 현대차 MZ노조가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을까. 방법은 있다. 노조법에 따르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면 가능하다. 근로조건이나 고용형태가 크게 다를 경우 교섭단위를 분리해 사측과 임금협상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MZ노조도 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교대제로 일하는 생산직군과 연구직, 사무직은 근무 형태에서 차이가 있다는 논리가 교섭단위 분리 신청의 논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MZ노조가 서울에서 노조 설립을 신고한 만큼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경우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심사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면 지방노동위원회가 일차 심사를 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재심을 한다”며 “개별 사건마다 근무조건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노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진 교섭단위 분리를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는 ‘좁은 문’이다. 30대 위원장이 이끄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가 올해 초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하면서 “기업에서 제조업과 사무직 등 다른 직군 근로자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사무직을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할 경우 다른 상당수 사업에 대해서도 사무직과 다른 직군을 분리해야 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이달 초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유지했다. 노동위원회 결정에 노조가 불복할 경우 소송도 가능하지만 근로조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한 교섭분리를 결정한 사례는 드물다.

기존 노조와 충돌 가능성도

기존 노조와 MZ노조의 갈등의 불씨는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이는 노조법이 규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때문이다. 복수 노조 사업장은 교섭대표 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5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현대차 기존 노조의 세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MZ노조도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노조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노조와 별도의 교섭에 나서는 건 사측에 큰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교섭단위 분리 등에서 현실적인 문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MZ노조 출범이란 상징성에도 이들의 목소리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세대교체는 필연이란 주장도 있다. MZ노조 출범을 새로운 노사 관계 정립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MZ세대 노조 출범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며 기존 노사 관계 구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노조와 사측 모두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Z세대 노조가 이제 닻을 올린 만큼 이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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