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법무장관 안 된다면 여당 의원도 모두 그만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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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갈등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열린우리당-청와대 충돌'이 '당내 충돌'로 옮겨 붙고 있다. 당내 친노(친노무현) 직계 의원들과 당 외곽의 친노 인사들이 4일 당권파를 향해 대반격에 나선 것이다. 전날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을 빌려 나온 '노 대통령의 궐기 촉구 선언'에 은인자중해 왔던 이들이 일제히 호응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노 대통령 참모 출신 386의원들(의정연 중심)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끄는 개혁당 출신 의원들(참정연 중심)이, 외곽에선 이기명(노 대통령 후보 시절 후원회장)씨가 포문을 열었다.

표적은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의 당권파다. 특히 김 의장 쪽을 당.청 갈등과 대통령 인사권 침해의 주도 세력으로 규정했다. 인사권 논란의 복판엔 노 대통령의 실세 측근인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있다. '청와대 왕수석'이란 별명이 붙은 문 전 수석을 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고 싶어하고 당권파는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광재 의원="자꾸 민심 얘기하는데 (김 의장은) 당심도 얻지 못했던 사람이다. 얼마나 반대가 심했나. 청와대가 앞장서서 그를 도와줬다. 선거 후유증을 단합해 헤쳐 나가자고 한 거다. 그런데 지금 와서 왜 (대통령) 인사권을 갖고 이 말 저 말인가."

▶백원우 의원="당이 대통령이 사람 쓰는 문제를 자꾸 얘기하면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하라는 건가. 김 의장이 (문재인씨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안 된다고) 얘기한 것 자체가 충격이다. 왜 화살을 안으로 돌리고 대통령 비판하는 기사가 자꾸 나오나. 대통령과 기 싸움 하자는 건가."

▶이화영 의원="국민 정서를 내세워 문 전 수석은 안 된다고 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금 국민 사랑을 못 받으니 모두 그만둬야 하나. (김 의장의) 어느 참모가 '청와대와 각을 세워 반사이익을 누리라'고 한 모양인데 하지하책이다."

▶이광철(참정연 대표) 의원="(대통령과) 친한 관계라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인사는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해선 안 된다. 인사 자체를 여론 재판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외곽에선 노혜경 노사모 대표("코드 인사라서 안 된다는 주장에 여당 대표로 왜 당당히 설득하지 않나")에 이어 이기명 전 후원회장이 나섰다. 이 전 회장은 지인들에게 보낸 '김병준을 몰아낸 것은 열린우리당이고, 다음 차례는 대통령인가'라는 제목의 e-메일에서 김 의장을 비판했다.

▶이기명 전 회장="김병준 부총리에 대한 청문회는 마녀사냥에 불과했고 김 의장과 김한길 대표가 한나라당을 거든 것이다. 당 의장이 청와대와 각을 세워야 대접받나. 당 의장 맘에 안 들면 대통령은 장관 임명도 못하나. 김 의장은 당장 의장직 사퇴하고 청와대 인사수석을 맡아라."

친노 그룹들은 당내 일부 세력에 의한 '노 대통령 무력화' 시도에 정면 대응할 태세다. 한 386 의원은 "지도부가 어떻게 나가는지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별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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