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경쟁자들, 자신 이해 접고 대통령과 한목소리 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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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사진) 청와대 인사수석이 4일 '대통령의 인사권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올렸다. 그는 미국 링컨 대통령의 스토리를 예로 들며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판했다. 링컨이 대선 후보 지명 경쟁자였던 윌리엄 수어드를 국무장관에 기용하고 정적(政敵)이던 에드윈 스탠턴에게 국방장관을 맡겼다는 얘기다. 박 수석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을 내각에 기용한 것은 링컨의 포용 인사와 다르지 않다"며 "링컨의 경쟁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접고 링컨과 한목소리를 냈는데,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대선의 경쟁자였던 더글러스는 남북전쟁이 터지자 링컨을 도와 전국을 순회하다가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박 수석의 주장엔 열린우리당 당권파가 '김병준 낙마'와 '문재인 반대'를 주도한 것에 대한 노 대통령의 경고와 불신이 담겨 있다. 다음은 박 수석이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의 요지.

◆ 노 대통령이 힘들어 한다="청와대 참모의 내각 기용에 언론뿐 아니라 이젠 여당까지 문제를 삼는다. 대통령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인사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인사권에 간섭하는 건 옳지 않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안 된다는 건 인사권 침해이며, 조언이나 충고는 그에 맞는 형식과 절차로 이뤄져야 한다. 장관은 대통령의 대리인이므로 생각이 같고 손발이 맞아야 하며,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을 잘 알고 역량이 검증된 사람이면 더 좋을 것이다. 정부 초기와 달리 지금은 결과를 정리하고 제도화해 넘겨줄 준비를 하는 때이므로 다시 손발을 맞추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없다."

◆ 포용 인사 실익 없다="포용 인사는 독재체제에서 취약한 정통성을 확보하고 통치 기반을 넓히기 위해 많이 써 온 원리다. 권력이 분산되고 복수정당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정치 구조에서 이런 원리는 실익이 없다. 정략적 필요에 의해 이용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연정'이나 '대연정'이 포용 인사와 비슷한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인사가 아니고 제도다. 대통령의 연정 제안은 이미 거부된 바 있다. 연정은 비판하면서 포용 인사를 권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은 민주당의 김효석 의원에게 입각을 권유했다가 정치공작이라고 공격을 받았다. 그때 이를 포용 인사라고 변론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국정 최고 책임자는 임기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이 최소한의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주기 바란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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