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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확산” 우려 높은데…민주노총 집회 강행키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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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호 03면

김부겸 국무총리(가운데)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일 민주노총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일 예정된 여의도공원 집회의 자제를 요청했다. 이날 김 총리는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을 직접 찾아갔지만, 건물 입구에서 막혀 지도부를 만나지 못한 채 돌아섰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운데)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일 민주노총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일 예정된 여의도공원 집회의 자제를 요청했다. 이날 김 총리는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을 직접 찾아갔지만, 건물 입구에서 막혀 지도부를 만나지 못한 채 돌아섰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규모 도심 집회 자제 요청을 위해 민주노총을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김 총리는 “지금 절박하다. 어디선가 변이가 퍼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이게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이라며 집회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여기에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노동자들의 입을 막는 정부는 필요 없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10여분간 김 총리와 정 청장을 막아섰다. 결국 두 사람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섰다. 현재 서울 시내 전역에서는 10인 이상 집회가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산재 사망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3일 서울 시내 전역에서 1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경찰청과 서울시는 집회를 불허한 상태다.

김부겸·정은경 “지금 절박, 자제를” #민주노총 “입 막을 수 없다” 거부 #신규 확진자 6개월 만에 800명대 #해외유입도 급증해 대유행 우려 #WHO “두 번 접종, 변이에도 효과”

김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김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으며, 나의 권리와 자유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 가면서 이를 주장할 수는 없다”며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자제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회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경고했다. 정 청장도 이 자리에서 “현재 수도권에서 델타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있다”며 “영국이나 이스라엘·미국 등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보면, 급속한 속도로 우세종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유행을 차단하지 않으면 또 한차례 대규모 전파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정 청장이 밝힌 대규모 유행 우려의 근거는 ‘기초 재생산지수’다. 전국의 코로나19 기초 재생산지수는 지난 일주일 평균 1.2를 넘어섰다. 수도권에서는 1.24이다. 통상 감염 재생산지수로 불리는 기초 재생산지수는 확진자 한 명이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 수치가 1 이상이면 유행 확산, 1 미만이면 유행 억제를 각각 뜻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이날 “기초 재생산지수 1.2는 매우 높은 수치로, 예방접종 완료자가 지역사회에 적어도 20% 이상 균일하게 분포돼야 유행을 잠재울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826명으로 올해 1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다시 800명대로 올라섰다. 지역 발생이 765명, 해외유입이 61명이다. 수도권이 619명으로, 전체의 80.9%를 차지했다. 최근 1주일간 수도권의 일평균 지역 발생 확진자 수는 509명으로, 당초 전날부터 시행하려다 보류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기준으로도 이미 3단계(500명 이상) 범위에 진입했다.

해외유입 확진자가 대폭 증가한 점도 우려스럽다. 이날 해외유입 확진자 61명은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이자 지난해 7월 25일(해외유입 86명) 이후 342일 만에 최다 기록이다. 이처럼 해외유입 확진자가 늘어나면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권 부본부장은 “델타 변이는 영국발 알파 변이 바이러스의 1.5배 전파력을 보여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전파력을 볼 때 앞으로 수도권 내 델타 변이의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코 카발레리 EMA 백신 전략 책임자는 “유럽연합(EU)이 승인한 백신 4종이 델타 변이를 포함해 유럽에서 번지고 있는 모든 유형의 변이로부터 접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EU가 승인한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백신이다. 한 차례 접종하는 얀센을 제외하면 모두 2회 접종한다. 앞서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발표한 ‘백신 접종 횟수별 변이 감염 예방 효과’에 따르면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모두 2차 접종 후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올라갔다. 1차 접종 효과는 33%에 그쳤으나 2차 접종 후엔 각각 87.9%, 59.8%로 나타났다.

모더나와 얀센 측도 잇따라 델타 변이에 대한 효능 데이터를 발표하고 있다. 얀센의 모회사 존슨앤존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얀센 백신 접종자 10명으로부터 채취한 혈액 샘플에서 델타 변이에 대한 강한 면역 반응이 나왔다”며 “면역 효과는 8개월 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차례 접종만으로도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모더나는 “2차 접종 후 일주일이 지난 실험 참가자 8명으로부터 혈청을 추출해 각종 변이에 대한 면역 반응을 테스트한 결과 델타 변이를 포함한 모든 변이에 대해 중화항체를 생성했다”고 밝혔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 담당 국장은 “백신은 델타 변이에 효과적”이라며 “1회가 아니라 2회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백신 접종 후에도 감염되는 돌파감염 우려는 여전하다. 이스라엘에선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 맞고도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됐다. 이에 WHO 등은 2차 접종 후에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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