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기강 말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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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직사회의 윤리와 기강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방대한 구성원의 수로 보면 뿌리를 뽑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 정도나 규모가 위험스런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는 경보음이 도처에서 잇따라 울리고 있다.
충남에서는 뇌물을 받고 군 유지를 특혜 불하해준 현직 군수가 구속됐고, 울산에선 현대자동차 공장이 자그마치 30만평이나 불법건축을 한 사실을 관계공무원들이 알고도 돈을 받고 눈감아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또 지난 두 달 동안 11개시에서 건축관련 부정 집중 감사를 벌여 30여명을 적발, 문책키로 했다는 보도다.
서울시 하수처리장 공무원들의 저질약품 납품묵인 수뢰, 인천시청 청소과 공무원들의 산업 폐기물 불법매립 묵인 수뢰 등 공무원 독직사건은 지난달 이후에만도 여러 건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이는 사정기관의 활동이 활발해진 때문이기도 하나 근본적으로는 공직기강의 이완현상을 보여주는 수산의 일각이 아닌가 우려된다.
무엇보다 심각히 우려되는 것은6·29이후 눈에 띄게 확산·심화되어온 이 같은 현상이 구조적으로 뿌리를 내려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가 방황하고 있는 속에서 무사안일에 빠져 일을 안 할 뿐 아니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해서는 안될 일을 갖가지 방법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달 적발된 인천 유흥업소의 관할관청에 대한 정기 상납사건과 최근 민주당이 부산지역 건축사 5백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그 같은 징후를 입증해주는 사례 같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천의 유흥업소는 관할 경찰서·구청·세무서·소방서에 매달 일정액의 뇌물을 바치고 세금부과·불법영업 단속 등에서 배려를 받았다고 한다. 부산지역 건축사들은 각종 건축 허가와 준공검사 때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 몇 만원부터 몇 백 만원까지 뇌물을 주고 있다고 82%가 응답하고 있다. 응답을 하지 않은 나머지 18%도 그 이유를 짐작할 만 하다.
직무와 관련한 공무원들의 금품수수·직권남용 등 부정행위는 물론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나고 있는 것과 같이 심각한 상황은 3공 이후 처음이 아닌가 한다. 정부는 이와관련, 감사원·검채 등 관계기관이 적극적인 적발, 척결활동에 나섰고 장관까지 포함한 전 고의공직자에 대해 사생활 정밀내사 등 일대관기쇄신작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공직사회의 윤리회복과 기강확립이 민주화 도정에 있는 우리사회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믿으며 정부의 노력이 빠른 시일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접근방식이 과거와는 달라야한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첫째로 사정활동이「일벌백계」식의 엄포나 일과성행사의 성격을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오의 정도와 책임의 한계를 엄정히 가려 현·전직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잘못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추적해 지우는 형평성·항시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둘째로는 민간감시체제를 적극 도입,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무원비리의 태반은 권한의 집중과 밀실행정에서 싹튼다. 행정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반영 기회를 지방자치 시행 전에라도 충분히 줘야한다.
셋째로는 비위적발활동과 함께 업무체계·권한배분·처우·인사운용 등 공무원제도 전반에서 시대변화에 맞게 개선을 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노력이 민주화사회에 걸 맞는 공직자들의 자발적 봉사정신과 사기를 높여주고 공직자들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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