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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미담 제조기”“우리 尹총장”···'윤석열·최재형의 난'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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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이 양대 사정기관장으로 발탁한 인사들이 임기말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대선 출마를 고심하며 28일 문 대통령에 감사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두 사람을 발탁할 당시엔 “미담 제조기”“우리 윤 총장”이라던 여권이 지금은 “태극기 부대”“검찰 쿠데타 세력”이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서 확 달라진 온도 차의 배경을 짚어봤다.

文의 “우리 총장님”에서 조국의 “‘공격자’”로

박근혜 정부이던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을 이끌며 ‘항명 사태’를 일으킨 뒤 대구고검 등에 유배 생활을 하던 윤 전 총장은 ‘국정농단’ 수사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서너 기수를 뛰어넘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연달아 파격 승진했다. 전례 없는 기수 파괴 인사에 선배 검사들의 사직이 줄을 잇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이 야당 청문회 반발을 뚫고 취임할 당시 “우리 윤 총장”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이 정권 눈엣가시가 된 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계기였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사퇴 뒤인 지난 10월 “조 장관과 윤 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달 뒤에는 “윤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라”고 한발 더 나아간 주문도 내놨다.

이후에도 윤 총장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을 겨눈 수사를 이어갔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지난 2013년 항명 파동의 발단이었던 국정감사 때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두고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치하했던 조 전 장관은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윤석열은 ‘공격자’였다. (중략) ‘택군’(擇君)을 넘어 ‘군주’(君主)가 되기로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조 전 장관은 “두 명의 대통령을 구속한 윤 전 총장이 ‘조국 수사’와 검찰개혁 공방이 진행되는 어느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후술할 울산 사건 공소장이 그 방증이다. 그즈음 ‘미래 권력’의 꿈을 꾸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담 제조기”에서 “태극기 부대” 된 최재형

“후보자께서 병역 명문가 집안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3대가 모두 현역으로 복무한 경우, (국방부가) 병역 명문가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맞으신 거죠?” (2017년 12월21일,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최 원장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돼 2018년 1월 취임했다. 당시 청와대는 최 원장을 두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온 법조인”이라고 소개하며 “각종 미담이 많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여당의 백혜련 의원은 최 원장에게 “칭찬해 드릴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했고, 박홍근 의원은 “이미 미담 제조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칭찬 일색이었던 최 원장에 대한 여권의 평가는 최 원장의 소신 행보에 180도 달라졌다. 최 원장이 공석이 된 감사위원(차관급)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제청해달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하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한 정도로 낮게 평가했다고 지적하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재형 감사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중앙포토

최재형 감사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중앙포토

심지어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28일 사퇴 의사를 밝힌 최 원장을 향해 “전형적인 태극기 부대”라고 강한 어조의 비판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세력이 검찰과 원전 마피아다. 윤석열과 최재형은 이 세력들을 대표한다”며 “두 사람의 도전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는 개혁 세력과 저항 세력이 맞서고 충돌하면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의 난’도 ‘최재형의 난’도 없었을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앞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에 대해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을 생각해본다면 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에둘러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조 전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차기 대선 후라도 적어도 형사사법과 감사 영역에 종사하는 고위공직자는 퇴직 후 1년간은 출마금지를 하는 법 개정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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