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경선 연기’ 논쟁을 일단락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 지사는 오는 30일 오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 다음 달 1일 오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출마 선언은 오프라인 행사가 아닌, 유튜브와 SNS에 출마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내달 1일 유튜브·SNS로 출마선언 #“젊은 세대 좌절의 원인은 저성장” #바이든표 뉴딜, 해법으로 검토 #“사회적 합의 땐 선별 지원도 가능”
이 지사는 주말인 27일 가까운 의원들과 만나 출마선언의 시점과 형식을 논의한 끝에 이같이 확정했다. 한 참석자는 “출마 선언문은 별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 지사 본인이 직접 작성할 것”이라며 “오랫동안 공을 들여 고민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년·공정·성장…핵심 키워드 되나?
이 지사는 지난 26일엔 메타버스 가상공간인 점프(Jump-Virtual meetup)에서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발대식을 열면서 청년들과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일자가 9월 5일(결선 투표는 9월 10일)로 확정된 이후 첫 공식 일정이었다.
야구점퍼를 입은 아바타 모습으로 가상공간에 등장한 이 지사는 청년들과 만나 “저도 아들 둘이 하나는 사회 초년병으로, 또 하나는 실업자로 힘들게 지내가고 있다”며 “현 시대의 청년들은 기회가 워낙 적다 보니까 희망도 잃어버리고, 또 경쟁도 격렬해져서 불공정에 대해 분노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기성세대이자 정치인 입장에서 정말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최근 청년 문제의 해법으로 성장론을 진지하게 고민해 왔다고 한다. 이 지사는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 갈등이나 좌절의 원인은 저성장에서 시작되는 측면이 강하고, 특히 청년 세대는 취약계층이다 보니 그 피해가 집중됐다”며 “어떻게든지 우리는 성장을 회복하고 경제적 부흥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 중에 이 지사가 검토 중인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 경기 부양 정책이다. 이 지사는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 경제·산업을 개편하고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수소 경제 기술을 논하는 등 탄소중립·디지털 혁신을 중심축으로 한 성장론 마련에 집중해 왔다.
소득지원 통한 성장…“저소득층 선별 지원도 가능”
이재명표 ‘경제 부흥’의 또 다른 축은 기본소득으로 상징되는 소득지원 정책이다. 이 지사는 “과도한 양극화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양극화 완화를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 가계소득 지원이 중요하게 됐다”며 “그런 수요 확충 정책의 하나로 기본소득을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는 ‘보편이냐 선별이냐’의 대립 구도에 대해선 과거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야권에서 주장하는 ‘안심 소득’처럼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소득을 지원하는 게 실현 가능성만 있으면 더 낫다”며 “다만 상위 소득자가 부담하고 하위 소득자만 혜택을 보는 게 과연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냐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만 도출되면 전 국민 지급을 골자로 한 기본소득론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취지였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이 지사의 행보를 중도층을 겨냥한 ‘중원 진출’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 간 박빙 승부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지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중도층을 겨냥해 자신의 합리성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당 1위 후보의 대표 정책은 무게감이 매우 커서, 관철도 후퇴도 과정 관리가 중요하다”며 “기본소득 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이 지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