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본소득 논쟁의 중심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있다. 그는 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이 지사는 지난달부터 ‘안심소득’을 들고나온 오세훈 서울시장, ‘공정소득’을 주창한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조목조목 반박 글을 썼다. 설전이 격화하자 지난 5일 유 전 의원은 이 지사를 향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주장했다.
“(이 지사는) 누가 써 준 글을 이해도 못 한 채 올리고 있다”, “본인이 모르면 참모라도 정확한 조언을 해야 한다.”
이 지사는 여기에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그의 기본소득은 경기 가천대 교수 출신의 이한주 경기연구원장과 강남훈 한신대 교수가 ‘투톱’으로 설계·발전시켰다는 게 정설이다. 두 사람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석·박사를 거친 국내파 경제학자들이다, 학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경제학자가 된 이 원장은 문재인정부 초기(2017년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연구원 안팎에서는 “이 지사와 이 원장은 성남 지역 시민운동을 30년 이상 함께한 동지적 관계”라는 말이 나온다.
강 교수는 2009년 당시 국내 학계에서 생소했던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 인물이다. 『기본소득의 쟁점과 대안사회』(2014년), 『기본소득의 경제학』(2019년), 『분배정의와 기본소득』(2020년) 등 관련 저서를 여럿 펴냈다. 그가 2015년 맡아 이끈 성남시의 ‘청년배당’ 연구 용역은 현재 경기도가 실시 중인 ‘청년기본소득’의 모태가 됐다.
이 원장과 강 교수 외에도 매니페스토(공약 검증) 전문가인 김재용 경기연구원 부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이 지사의 경제정책 구상에 참여한 인물로 꼽힌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심소득’ 주창자는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다. 서울대 경제학과·시카고대 출신인 박 교수는 2017년 노동경제논집에 ‘안심소득제의 효과’ 논문을 게재한 뒤, 보수 성향 시민단체 토론회 등에서 자신의 안심소득 모델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오 시장이 출범시킨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에는 박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해 온 변양규 김&장 법률사무소 전문위원과 함께 김낙회 가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이석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지사를 향해 ‘대필 의혹’을 제기한 유 전 의원의 공정소득은 누가 만들었을까. 한 측근은 “유 전 의원 본인이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정상급 경제학자”라며 “자신이 직접 설계했다”고 전했다. 그가 공정소득 바탕으로 제시한 ‘니트(NIT, negative income tax)’는 ‘음의 소득세’, ‘마이너스 소득세‘로 불리는 개념으로, 정부가 저소득자에게 역으로 세금을 돌려주는 걸 일컫는 말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