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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방부제? 진열대 위 우유 상온에도 상하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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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뿔 모양의 테트라팩 클래식은 70여년 전 스웨덴에서 개발됐다. 사진 테트라팩코리아

삼각뿔 모양의 테트라팩 클래식은 70여년 전 스웨덴에서 개발됐다. 사진 테트라팩코리아

“왜 두유를 냉장 보관하지 않을까?”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에 진열된 두유나 주스를 볼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다. 방부제를 넣었나 하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는데, 알고 보니 상온에서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멸균 포장 기술이 덕분이었다. 두유팩의 옆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테트라팩(Tetra Pak)’로고가 찍혀있다. 더 놀라운 건 테트라팩의 기술이 스웨덴에서 약 70여년 전에 개발됐다는 사실이다.

1940년대 유럽인들은 유리병에 든 우유를 마셨다. 무겁고, 깨지기 쉬운 데다 내용물은 쉽게 상했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여파로 원자잿값이 치솟으면서 유리는 금값이 됐다. 이때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스웨덴 출신 루벤 라우싱 박사는 본국에 돌아와 유리를 대체할 우유 용기 개발에 나섰다. 힌트는 소시지를 만드는 방법에서 얻었다. 종이를 긴 튜브 형태로 만들고, 그 안에 내용물을 흘려보내는 동시에 양 끝을 직각 모양으로 잘랐더니 삼각뿔 형태의 사면체가 만들어졌다. 테트라팩 클래식 종이팩의 삼각뿔 모양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후  육면체, 원통형 등 형태는 다양하게 바뀌었지만, 테트라팩의 기본 원리는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테트라팩의 아셉틱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멸균팩 디자인. 사진 테트라팩코리아

테트라팩의 아셉틱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멸균팩 디자인. 사진 테트라팩코리아

현재 테트라팩은 전 세계 16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1위 식품 포장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액 108억 유로(약 14조5578억원)를 기록했다. 연간 판매된 제품 수는 총 1830억개다. 그런데 매출과 사업 확장보다 테트라팩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테트라팩코리아의 헨릭 하우가드(Henrik Hauggaard) 대표는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스웨덴에서 친환경, 저탄소 등 순환경제 추구는 매우 중요한 경영 원칙”이라며 “테트라팩 역시 창립 초기부터 지속가능한 사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하우가드 대표는 1991년 테트라팩에 입사해 홍콩·싱가포르·중국·태국·스위스·터키 등을 거쳐 현재 한국과 일본 시장을 맡은 30년 ‘테트라팩맨’이다.

테트라팩의 한국·일본 대표를 맡고 있는 헨릭 하우가드. 사진 테트라팩코리아

테트라팩의 한국·일본 대표를 맡고 있는 헨릭 하우가드. 사진 테트라팩코리아

많은 소비자가 팩에 든 우유·두유·주스가 상하지 않는 이유를 방부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방부제가 아니라 멸균 포장 기술 덕분이다. 내용물을 팩 안에 담기기 전, 균을 죽일 만큼 높은 온도로 올렸다가 바로 식힌다. 이 과정은 맛이나 다른 요소는 변질하지 않으면서 오직 균만 죽이기 때문에 냉장 보관을 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 보존이 가능하다. 또 완성된 용기에 액체를 담아내는 게 아니라, 포장이 완성되는 동시에 내용물을 함께 담는다. 공기와 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러한 ‘아셉틱 기술’은 오늘날 테트라팩을 만든 대표 기술이다.
테트라팩 로고에 있는 ‘소중한 것을 지킵니다(Protects What’s Good)’는 어떤 의미인가.  
소중한 건 내용물과 환경 두 가지 모두를 의미한다. 원재료 구매에서 생산과 제품 폐기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에 걸쳐 저탄소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테트라팩 포장재의 75%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만큼의 나무 심기를 하는 숲의 목재를 사용한 제품에만 부여하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았다. 테트라팩에 담긴 음료를 살 때마다 지구에 나무를 심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숫자로 보는 테트라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숫자로 보는 테트라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장 기억에 남는 테트라팩코리아의 친환경 사업은 무엇인가.  
2010년부터 매년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학생들에게 종이팩 분리배출 방법과 자원 순환 과정을 가르치고, 종이팩을 이용해 엽서를 만드는 체험 활동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만 약 51곳에서 약 1414명 학생에 교육에 참여했다. 아울러, 종이팩의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2018년부터 공동주택에 사물인터넷(IoT) 종이팩 자동 수거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는 분리 배출한 종이팩의 용량만큼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고, 이를 매일유업 상하목장 우유로 보상받거나 도시 숲 조성을 위해 기부도 가능하다. 송파·강남·세종시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부산과 경기도를 포함해 20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현재 약 4만명의 주민이 이용하고 있다.  
기업간거래(B2B) 기업인데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고객사가 성공해야 우리도 잘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포장재를 경험하는 소비자 변화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대표적인 한국 식품·음료 제조사인 매일유업·빙그레·남양유업 등과 어떤 친환경 제품을 만들지 함께 고민한다.
테트라팩코리아는 지난 11년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재활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테트라팩코리아

테트라팩코리아는 지난 11년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재활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테트라팩코리아

고객사와 친환경 사업을 함께 추진하나.  
지난달 SK종합화학·매일유업·주신통상과 함께 멸균팩 재활용을 위한 업무제휴협약(MOU)을 체결했다. 테트라팩코리아는 멸균팩의 선별·분리 재활용 설비를 지원하고, 매일유업은 멸균팩 수거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주신통상은 폐멸균팩에서 추출한 종이를 재활용하고 부산물인 복합소재를 모아 SK종합화학에 공급한다. 이번 프로젝트로 연간 3000t 규모의 복합소재가 재활용되고, 연간 1만9000t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되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나무 25만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앞으로 포장 산업에 어떤 소비 트렌드를 예상하나.  
한국 포장 트렌드는 e커머스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장도 택배 배송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 또 1인 가구 증가로 소규모 패키징이 늘고 있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 포장이 늘고 있다. 앞으로 건강·웰빙 등 다양한 가치를 더한 포장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본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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