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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희롱 피해자 극단선택, 가해자는 승진 대상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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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전경. 연합뉴스

서울시청 전경.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 이후 처음 단행되는 서울시 정기인사를 앞두고 서울시 내부에서 승진 대상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공개된 5급 승진대상자 명단에 과거 성희롱 전력이 있는 가해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성희롱 피해 공무원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가해자는 징계를 받았다.

7년 만에 되살아난 성희롱 사건

이번 논란은 지난 21일 서울시가 발표한 하반기 정기인사 대상자 명단에 과거 성희롱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정기인사를 하는 서울시는 7월에 예정된 이른바 ‘오세훈표 첫 정기인사’에서 5급 승진 인원을 137명으로 확정했다. 5급 승진 대상자 명단에 오른 400여 명 중에 성희롱 징계 전력이 있는 공무원이 포함됐다.

대상자 명단 발표 하루 뒤인 지난 22일 서울시 공무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행정포털 내 자유게시판에는 ‘(청원) 성희롱 중징계 전력자 5급 승진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이번 5급 승진대상자 명단에 성희롱 사건으로 중징계를 받은 사람이 올라왔다”며 “연일 성 관련 비위가 뉴스로 나오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5급 승진대상자의 반열에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중징계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주장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글에서 지적된 공무원은 지난 2014년에 서울시 산하 기관에 근무할 당시 동료 여직원을 성희롱한 가해자 3명 중 1명이라고 한다. 이들로부터 성희롱에 시달렸던 피해자는 2014년 5월 극단적 선택을 했고, 가해자 3명은 각각 정직 3개월과 1개월,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피해자의 남편은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지난 2017년 12월에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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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자는 “성희롱 관련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말하면서 어찌 아직도 승진대상자로 발탁하느냐”며 “중징계가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열심히 일하다가 한 번의 실수로 징계를 받고 승진에서 멀어지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며 “그러나 이들은 민사소송이 끝나자마자 같은 직렬 선배들의 비호를 받아 ‘수’ 근무평가를 받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배들은 이를 알고도 4년간이나 근무평가를 주었으니 그들의 책임도 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市, “승진 확정 아냐, 심사 과정에서 논의될 것”

작성자는 글을 마무리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성희롱 중징계를 받고 일정 기간이 경과되었으니 승진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지는 않겠지요?”라며 “바른 판단을 기대하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 9월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해 무관용 인사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밝힌 보도자료의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해당 내용에는 ‘성희롱·폭언 등 행위자에 대한 전산관리로 인사 참고자료 활용(승진 및 국외훈련 선발 배제)’ 문구가 담겼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서울시 인사과 관계자는 “7년 전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가 이번 5급 승진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은 맞다”면서 “경력과 근무성적 평정 점수를 합해서 만들어지는 승진 후보자 명부에 자격 요건을 갖춰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진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후보에 올랐을 뿐 승진 심사 과정에서 관련 논란은 충분히 논의되고 고려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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