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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공무원 성희롱 사건 후 자살…인권위 조사 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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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산하 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이 직장 동료에게 성희롱을 당한 뒤 우울증을 앓다 자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서울시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상수도연구원에서 근무하다 목숨을 끊은 A모(30ㆍ여) 주무관의 남편 B씨는 지난 6월 시와 인권위에 아내가 겪은 성희롱 문제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냈다. B씨는 지난 14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공무원이었던 아내가 성희롱을 당했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A씨가 당한 구체적인 성희롱 내용을 공개했다.

B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연구원에 입사한 A씨는 입사 초기부터 직장내 상사 3명에게 “연예인 누드 사진을 보내주겠다” “‘딸을 안을 때 가슴이 닿아서 좋겠다”는 식의 성희롱성 발언을 수시로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부서회식 자리에서 남성 상사 C씨로부터 “출장 중 함께 모텔에 가자”는 말을 듣은 A씨는 고민끝에 이 사실을 상급자에게 알렸고, C씨는 공개사과를 했다. 또한 연구원은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예방교육도 한차례 실시했다.

하지만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부서 이동 등 징계 조치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우울증세가 심해져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5월 30일 집에서 결국 목숨을 끊었다. 평소 A씨는 지인들에게 SNS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이 심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친 인권위는 A씨의 자살이 성희롱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서울시 감사관도 이 사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구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구술 조사를 진행하며 증거를 수집하는 한편 사건에 대한 조사 진행상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8일 5급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석해 “(A씨 사건에 대한) 해당 발언을 보니 그 직원 입장에서 엄청난 상처를 입었을 것 같더라”며 “서울시 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질책했다. 그는 “철두철미하게 조사해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 성희롱 관련한 전담교육과 관련한 고충 처리도 초기에 확실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장혁진·구혜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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