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호텔 차량 폭탄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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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 중앙정보국(CIA)의 이라크 현지 사무소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바그다드 중심가의 '바그다드 호텔'에서 12일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고 AP.AFP통신이 전했다.

미군 관계자는 "차량 한대가 호텔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장벽을 향해 돌진하다가 폭발했다"며 "사망자들은 경찰 등 모두 이라크인들이며, 부상자 중에는 미군 한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폭발 당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인 무와파크 알라비도 호텔 안에 있었으나 가벼운 부상만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격은 이 호텔에 묵고 있는 CIA 요원들과 미국 관리들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바그다드 호텔은 CIA의 바그다드 지부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6주 전에도 이 호텔 앞에서 차량 폭탄 테러 시도가 있었으나 경찰이 테러 용의자를 체포하며 무산됐다. 직후 호텔 주변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한 목격자는 "도로를 달리던 1990년식 도요타 코롤라 승용차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호텔 쪽으로 질주했으며 이를 제지하던 경찰이 차량에 네차례 총격을 가하자 호텔 50여m 앞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이 목격자는 "차량 운전자가 얼굴 빛이 덜 검은 것으로 미뤄 이라크인이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테러가 발생했던 바그다드 호텔에서 20여m 떨어진 자흐라 알칼리지 호텔에는 최근까지 기아대책.이웃사랑회.글로벌케어 등 한국인 구호단체 요원들이 머물고 있었다. 바그다드 한국 대사관의 편해홍 서기관은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바그다드 호텔에서 폭탄테러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진 직후 한국인들은 자흐라 알칼리지 호텔을 떠나 대사관 근처로 숙소를 옮겼다"고 밝혔다.

이날 자흐라 알칼리지 호텔에 투숙 중이던 한국 컴퓨터 업체 직원 두명과 바그다드 호텔 건너편 탈랄 호텔에 묶고 있던 한국인 목사 한명은 폭탄테러 당시 외출 중이어서 화를 면했다.

이날 폭발로 바그다드 호텔 앞의 벽 일부가 붕괴되고 파편이 인근 건물 3층까지 날아들었다. 아랍 위성TV인 알자지라 방송은 "시체의 일부가 1백50여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갈 정도로 폭발은 강력했다"고 보도했다.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사고 직후 "테러 관련자들을 색출해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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