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18)"전인교육 평가로 입시개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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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늘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 「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학교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학교 밖에서는 과외가 과열의 도를 넘어 극성스럽게 행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발랄하게 자라야할 학생들은 찌들고 병들어 가고있다.
오늘의 교육은 결코 더 이상 방치할 수만 없는 상황에 와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체가 제기된 것을 시작으로 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개혁작업을 착수해야 하는 요청에서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과열 과외 및 점수굴레 대입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 본다.
첫째는 교과 지식평가 위주의 입시제도를 전인적 평가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여기서 전인적 평가란 학교교육이 지향하는 지·덕·체의 조화로운 성장발달에 관한 평가를 하는 것이다.
입학시험이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은 사실이나 입시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했어야 할, 즉 교육목표에 따른 교육내용의 성취수준이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입시가 학교교육의 방향을 정해주는 본말전도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의 입시는 학교에서 지향해야 할 교육목표와는 무관하게 교과중심으로, 그것도 단편적 지식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교 교육도 주지 교과 위주의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이 되고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인적 발달이라는 교육본질은 외면된 채 교과지식의 양만을 평가의 준거로 삼는 까닭에 여기에 매달려 점수따기의 과외나 학원 수강이 과열현상을 빚고있다.
이처럼 학교 교육과 입시간의 괴리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이 교육목표에 충실하도록 운영되고, 입시는 학교 교육에서 이루어진 학생들의 전반적인 성취수준을 반영하거나 평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가장 실효 있는 제도가 교내외 활동을 포함한 학교성적을 입시에 반영하는 내신제도다.
그러나 현행 내신제는 여전히 교과목위주의 점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교육목표에 기초한 전인적 평가제도로 전환·발전되어야 한다.
학교교육이 교육목표에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그 평가결과가 입시에 실효성 있게 반영될 수 있다면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임시와 관련해 생겨나는 과열과외·재수생 등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줄 것이다.
둘째는 학생진로에 따라 적절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학제의 보완이 필요하다. 현행 학교제도는 고등학교가 일반계와 실업계로 구분되어 있지만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해 보고 결정하는 과정이 없이 고교 진학을 결정하게 되어 모든 고등학교가 진학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고, 실업계고교도 진학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고교단계에서 특별한 진로지도 프로그램이 실시되지도 못하고 있다. 진로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계열이 구분되는 고교 진학전 단계에서 진로탐색과정을 설치하여 학생들의 적성과 능력을 감안한 진로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진로가 결정되면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교과과정 운영도 학생들의 진로방향에 따라 교과목을 다양하게 선택하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한 학생이 한 학기 중 이수하는 과목 수를 대폭 줄이면서 관심 분야의 교과목을 선택하게 한다면 교육효고를 높일 수 있겠다.
셋째는 학력간 임금 격차, 학력위주의 인간평가,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과잉 기대 등의 사회풍토가 시정되어야 한다.
대졸자 임금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졸자 임금수준이나 사회에 팽배되어 있는 학력 위주의 인간 평가는 대학진학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본인의 적성과 자질에 적합한 직업을 기꺼이 가질 수 있도록 학력간 임금격차가 축소되어야 할 것이며 학력에 의한 인간 평가관이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도 부모들은 자녀들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활동이다. 그러나 실체로는 공부벌레를 만들거나 실의에 빠진 청소년을 만들고 있다.
공부벌레들은 참 삶의 가치에 대한 방향감각을 잃게될 우려가 높고, 그것은 결국 청소년의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해줄 수도 있다.
입시채찍질에 견디다 못해 성적비관 때문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자살까지 하고 있으며 부모들의 성화에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재수생과 학생들이 갈등 속에 방황하고있는 것은 학교교육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과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오늘의 입시교육 현실에 대해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해 보고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 정책을 입안하여 실시해 온 정책당국과 입법기관, 학생 교육을 일선에서 맡아온 학교 교사와 교육행정가, 교육문제에 관해 비교적 3자적입장을 견지해 온 기업체, 높은 세율에는 과민하면서도 그 세금이 정작 교육활동을 위해 얼마나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가에 관해서는 무심했던 납세자와 국민 모두에게 오늘의 교육에 대한 책임이 있다.
「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에서 진단된 신음하는 「입시교육」 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범 국가적 차원에서의 본격적이고도 획기적인 대책을 늦춰서는 안될 때다. 김영철 박사<교육개발원기조실장·교육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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