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6세 이준석 당 대표 탄생, 혁신 경쟁이 시작됐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1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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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호 30면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 확정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 확정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이제 국민의힘 대표는 36세의 이준석이다. 어제 당 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결과를 합쳐 9만3392표(전체 대비 43.8%)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 나경원 후보(7만9151표, 37.1%)와의 득표율 차이는 6.7%포인트다.

어제 경선서 43.8% 득표, 나경원 후보 제쳐
정권교체 요구, MZ세대 변화 목소리 반영
민주당도 안주 안 돼…정치혁신 나서야

그는 헌정 사상 주요 정당의 첫 30대 당 대표다. 문재인 대통령의 “큰일 했다. 정치사에 길이 남을 것”이란 인사말은 그저 덕담이 아닌 사실이기도 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의 승리는 상상 속에서도 가능하지 않았던 시나리오였다. ‘0선’에다 당 최고위원이 주요직일 정도였으니 경쟁 후보들과 비교하면 일천한 이력의 소유자다. 게다가 그는 조직도 없고 계파도, 출신 지역도 ‘본류’로 보기 어렵다.

그런 그가 기존의 정치문법과 정치상식을 깨고 급부상했다. 그 추진력의 요체는 ‘변화에의 강한 열망과 기대’였다. 국민의힘 당원의 70%가 50세 이상이고 영남권 당원이 55%인데도 상당수가 이 대표를 선택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가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하는 데 유리하다고 봤다는 의미다. 여기에 4·7 재·보선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발견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가세했다. 이들은 1987년 체제에서 강고하게 이어져 온 산업화·민주화 세력의 기득권 정치와 연공서열 중심의 사회·경제 체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출해왔다.

그러므로 이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2021년과 2022년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다수에 의한 독재, 견제받지 않은 위선이란 야만으로 변질시킨 사람들을 심판한 해로 기억할 것”이라며 “심판을 위해선 변화하고 자강해서 우리가 더욱더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한 진단은 옳다.

30대 청년 당 대표로서 승리의 기쁨은 짧고, 책임의 무게는 남다를 것이다. 그는 ‘공정 경쟁’ 외엔 별다른 비전을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 ‘변화에 대한 거친 생각들’이라고 표현했듯,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이나 연설대전을 통한 대변인단의 공개선발 같은 기술적 변화를 넘어 근원적 혁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 “탄핵은 정당했다. 당 대표로서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 등을 꺼낼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등 ‘금기’에 도전하는 용기를 보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당을 혁신하고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선 부단한 분투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는 10년간 정치판에 있었다지만 주로 ‘평론가’ 역할에 머물렀다. 제1야당을 이끌어가려면 화려한 개인기만으론 안 된다. 많은 이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겸손하고 또 경청해야 한다.

어제 전당대회에선 또 조수진·배현진·김재원·정미경 후보가 최고위원에, 김용태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청년몫 최고위원에 뽑혔다. 여성이 3명이고, 이중 조·배 의원은 초선이다. 이 역시 과거에 볼 수 없던 놀라운 변화다. 국민과 당원들이 이준석 대표 체제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걸 의미한다.

대선까지 불과 9개월 남았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 30%대로 올라섰다곤 하나 당내엔 10%대 대선 주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게 현실이다. 후보 단일화 등 야권 통합과 연대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것도 이 대표의 몫이다. 실수가 과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성찰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 체제의 출범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화 세력으로서의 도덕적 우위가 마모돼 이젠 ‘내로남불’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민주당은 뒤쫓는 처지가 됐다. 이젠 여야 간 누가 더 많이, 제대로 변하느냐의 경쟁이 시작됐다. 한국 정치를 위해선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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