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5 총선 이후 제기된 선거(당선)무효 소송은 120여건이나 된다. 역대 가장 많은 소송이 제기된 선거였다. 대부분 “선관위가 위법행위를 했다”라거나 “투표지 분류기 오류 등으로 당선자가 뒤바뀌었으니 재검표해달라”는 내용이다.
총선이 끝난 지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이 난 소송은 없다. 선거 관련 소송이 이렇게 오랫동안 판결이 나지 않는 것도 사상 처음이다. 공직선거법 제225조에 따르면 대법원 단심으로 진행되는 선거 소송은 접수한 지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대법원이 법을 어긴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에는 또 다른 취지의 선거무효 소송이 있었다. 유성구에서 야당 후보로 나섰던 장동혁·김소연 변호사는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 등 현금을 선거 직전에 급하게 나눠준 것은 금권·관권 선거”라며 판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선거 부정 중 유권자 의사를 가장 왜곡시키는 행위가 금권선거”라며 “국가나 자치단체가 재정지원이라는 방법으로 유권자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주는 것도 금권선거”라고 했다.
대전시는 지난해 투표 이틀 전인 4월 13일 대전형 긴급재난 생계지원금(30~70만원)을 줬다. 아동양육한시지원금도 주로 투표일 직전에 지급됐다. 이는 정부가 7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 나눠준 돌봄쿠폰(40만원)을 말한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국민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하필이면 돈을 투표일 직전에 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투표 바로 전날 동사무소에서 현금을 주며 “내일 꼭 투표하세요”라고 하면 금권·관권 선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대법원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소송한 지 1년 1개월 만인 지난 7일 원고 측에 ‘오는 7월 8일 변론기일이 잡혔으니 출석해달라’고 통보한 게 첫 반응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금방 결론이 날 사안”이라며 “뒤늦게 변론 기일을 잡을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장동혁 변호사는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고 대법원이 어떻게 설명할지 듣고 싶어 소송을 낸 것”이라고 했다.
집권 세력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현금을 뿌릴 조짐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올 추석을 전후로 전 국민에게 위로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현금 마련을 위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비율을 6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한국형 재정준칙 시행령’도 손볼 태세다. 내년 대선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돈을 뿌릴 환경도 좋다. 정권의 ‘재정 폭주’에 사법부도 ‘재판 지연’으로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이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모습이다.
김방현 대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