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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도 몰랐다는 '윤석열 평전'…작가 "소통없었다" 해명에도 부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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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평전이란 게 말이 됩니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인사가 9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윤 전 총장을 다룬 책을 쓴 천준(필명) 작가가 "윤 전 총장과 소통 없이 쓴 평전"이라는 입장을 낸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윤 전 총장측 인사는 "종일 기사로 책 홍보 효과는 다 누렸다"고 불편해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날(8일)의 한 기사가 발단이었는데, 기사 중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윤 전 총장에 관한 서적이 4권 출간됐지만 본인과 직·간접적인 교감이 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략) 윤 전 총장 측은 “팩트 확인을 거친 최초의 책”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에 윤 전 총장 지지자 및 기자들이 "윤 전 총장과 직접 소통한 게 맞느냐"는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윤 전 총장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천 작가는 8일 밤 직접 페이스북에 관련 입장 글을 올렸다. "윤 전 총장에 대한 평전으로 본인과의 대면이나 직접 소통은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측근, 지인, 그리고 각종 자료를 기반으로 쓰여진 연대기로 본인의 감수 같은 것도 있을 리가 없다"며 "벌써 포털에는 상당한 분노와 조롱을 담은 댓글들이 가득하지만 감사하다. 악플은 무플보다 만배는 나은 법"이라고 썼다. 출판사인 서울문화사 측도 “천 작가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1년여 넘는 시간 동안 윤 전 총장 측근의 수많은 사람들을 폭넓게 만나 밀착 취재했다. 또 편파성을 배제하기 위해 여러 점검 단계를 거쳤다”는 별도 입장문을 냈다.

이후에도 윤 전 총장 주변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로 책 내용을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천 작가의 책 『별의 순간은 오는가-윤석열의 어제, 오늘과 내일』에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윤 전 총장이 불구속 수사 입장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선 부친(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신촌 유세 현장을 방문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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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 측은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논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전직 대통령 수사 등 민감한 내용이 많다"며 "이걸 윤 전 총장의 직접 확인을 거치지 않고 책으로 내는 건 좀 곤란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윤 전 총장이 직접 "과거 대선 주자들처럼 내 유명세로 여기고 가만히 두고는 있지만, 심하게 나를 파는 이들이 있다"는 취지로 주변에 토로한 적도 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사임한 후 이번 책을 포함해 『구수한 윤석열』『윤석열의 진심』『윤석열의 운명』 등 그와 관련한 책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책 저자와 윤 전 총장과의 친분 정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윤 전 총장이 직접 책 내용을 두고 상의하거나 책 내는 걸 독려한 경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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