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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윤석열, 잇단 책 출간에 "요즘 날 파는 사람 너무 많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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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소개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지만, 정작 윤 전 총장은 “내 동의 없이 자꾸 책이 나와 황당하다”고 주변에 토로했다고 한다. 차기 대선 주자로서 유권자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지인들을 통해 책을 펴낸 것 처럼 비춰지지만, 이는 완전히 오해라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측근에게 밝힌 속사정은 이랬다. 『윤석열의 진심』은 충암고 동창인 전직 기자 이경욱씨가 쓴 책인데, 사실 두 사람은 1979년 고교 졸업 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40여년만에 만나 식사를 할 기회가 생겨 2시간 반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그해 연말 갑자기 이씨에게서 “책을 내겠다”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에 윤 전 총장은 “몇 십년만에 만나 밥 한 끼 먹고 무슨 책을 쓰냐. 그러지 말라”고 만류하자 이씨는 “책에 나쁜 내용은 없다”고 했고, 재차 윤 전 총장은 “나쁜 내용이 있든 없든 이런 식으로 책 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고조되던 때라 윤 전 총장으로선 이런 부류의 책 출간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내가 책을 내겠다고 하면 그는 고맙다고 답해왔다’(92p)고 책에 기술된 것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은 당황스러워했다고 한다. 자신은 책을 내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거꾸로 감사나 독려의 뜻을 전한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측은 “지인으로부터 발간된 책의 내용을 전해 듣고 윤 전 총장이 이 씨에게 직접 항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책을 접한 독자들 일부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독자는 “장모와 부인이라는 챕터가 있어 읽어보니 ‘그러나 장모와 부인 얘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라고 쓰여 있어 허탈했다”고 말했다.

구수한 윤석열과 윤석열의 진심. 리딩라이프북스 ·체리 M&B

구수한 윤석열과 윤석열의 진심. 리딩라이프북스 ·체리 M&B

지난 13일 출간된 『구수한 윤석열』은 서울 법대 79학번 동기들이 본 윤 전 총장의 과거 에피소드 등을 방송작가 김연우씨가 정리한 책이다. 윤 전 총장측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뭐하러 그런 책을 쓰려고 하냐”고 법대 동기들을 만류했다고 한다. 또 윤 전 총장은 친척이 작가에게 자료 사진을 제공하는 것도 말렸다고 한다. 일각에선 책 내용을 두고 유년·청년기의 사소한 일화까지 지나치게 미화해 어색하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이 책들은 현재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지만, 윤 전 총장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다만 친구들의 성의나 체면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관련 책 집필에 관여한 한 인사는 “친구로서 선의를 갖고 도운 것이다. 과거 대선 주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듯 지금 윤석열이 갖는 이름값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와 별개로 윤 전 총장은 최근 측근에게 “요즘 나를 파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불편한 심정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자료를 주겠다. 브리핑해주겠다”, “이미지 컨설팅(PI)을 해주겠다”는 제안이 쏟아지고 하는데, 함부로 만났다간 큰 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러워한다고 윤 전 총장 측은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m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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