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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죽음 선택할 때까지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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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예쁜 딸. 엄마가 미안해, 미안해….”

공군중사 부모, 딸 사진 안고 눈물 #“군이 안 바뀌면 이런 일 또 생길 것”

현충일인 6일 오전 9시,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내 분향소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모 중사의 어머니는 딸의 사진을 품에 끌어안고 주저앉아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분향소에는 이 중사의 영정과 살아있을 때 모습이 담긴 사진 4장이 함께 놓여 있었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했던 이 중사를 위한 고양이 인형도 있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딸의 사진이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다. 내 딸 사진이 왜 저렇게 있어야 하나. 저렇게 예쁜 딸이 왜 저런 (국화) 꽃에 둘러싸여 있나.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다”고 했다. 이씨는 “‘화가 난다’ ‘억울하다’는 말로는 딸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그 마음은 절대 어떤 말도 대신할 수 없다”며 “딸이 죽음을 선택할 때까지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모에게 이 중사는 항상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어릴 때부터 군인을 꿈꿔 공군 관련 고등학교에 진학할 만큼 장래에 대한 의지도 뚜렷했다. 아버지 이씨는 “딸이 고등학교 때 항공 관련 전문기술을 배웠다”며 “졸업과 동시에 공군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등 미래가 창창했고 앞길 걱정이 없던 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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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정치권에서 잇따라 보내는 조화를 보며 씁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저런 조화들 다 필요 없다. 내 딸이 죽었는데 받아봤자다”라며 “‘내 자식 살려내라’라는 대답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군에 있는 또 다른 많은 딸을 걱정했다. “군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다신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성남=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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