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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호황에 전국민 재난지원금?…뜯어보니 일시적 세수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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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이 늘어난 세금 수입을 재난지원금으로 편성하는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세수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대부분이 부동산·주식 호황에 따른 일시적 효과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늘어난 세금을 차라리 국가채무 줄이는 데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주식 호황에 세수↑

1분기 세수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분기 세수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총 세수는 15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119조5000억원) 32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국세 수입(88조50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9조원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세외수입(1조5000억원)과 기금수입(12조1000억원)도 모두 전년 보다 늘었다.

세수가 많이 걷힌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주식 호황 덕분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주택거래량은 43만30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42만7000건)보다 1.7% 늘었다. 6월부터 시행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인상을 앞두고 집을 판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동학 개미(국내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열풍에 따른 주식 시장 호황도 세수 증가에 한몫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증권거래대금(2131조6000억원)은 전년 동기(704조5000억원)보다 202.5%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동학개미 열풍으로 코스피가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중앙포토

지난해부터 시작한 동학개미 열풍으로 코스피가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중앙포토

실제 부동산 양도세 증가 영향에 1분기 소득세는 전년 대비 6조4000억원 늘었다. 전체 세목 중 가장 많은 증가다. 증권거래세 효과를 본 기타세도 전년 1분기보다 3조3000억원이 더 걷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세금을 걷고 있는 단계여서 정확히 부동산과 주식만으로 얼마나 세수가 늘었는지 밝힐 순 없다”면서도 “부동산·주식 같은 자산 증가가 세수 증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미뤄준 세금 다시 걷힌 효과도

부동산·주식뿐 아니라 지난해 미뤄졌던 세금이 다시 걷히면서 세수가 늘어난 효과도 있었다.

국세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영세개인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납부하는 종합소득세 중간예납분을 3개월 유예했다. 이 세금이 올해 1분기 소득세 증가로 잡혔다.

정유업계 지원 위해 미뤄준 유류세도 올해 1분기 교통세에 더해졌다. 이 영향으로 올해 1분기 교통세는 전년 1분기와 비교해 1조원 더 걷혔다.

“세수 일시 증가, 빚 갚는 데 써야”

미뤄준 세금을 다시 걷으면서 늘어난 세수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또 부동산과 주식으로 인한 세금 증가도 하반기부터 꺾일 가능성이 커 세수 증가 효과가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6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율을 최대 75%까지 올렸다.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상반기 늘어난 부동산 거래가 하반기부터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주식도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 호황을 겪었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전년 대비 증권거래세 증가 폭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주식 열풍이 꺾인다면 세수는 오히려 지난해 보다 줄어들 수 있다.

최근 경기 회복에 기업 실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가 더 걷힐 수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늘어난 국가채무를 생각한다면 세수 증가분은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데 써야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 부담이 크다고 지적이 나온 부동산·주식 관련 세수를 재난지원금으로 다시 뿌리는 것이 적절한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라며 “이미 국가 재정을 크게 확장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늘어난 세수는 국가 채무를 줄이는데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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