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창 가두고 2100회 성매매 시켰다···20대女 사악한 그루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포토]

[중앙포토]

"제 친구가 쓰러졌어요. 빨리 출동해 주세요."
지난 1월 19일 오전 119로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주택 욕실에서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A씨(26·여)를 발견했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숨졌다.

잠긴 휴대전화에서 나온 범행 증거…범인은 친구

신고한 A씨의 친구 B씨(26·여)는 "A가 샤워하다 쓰러졌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샤워를 했다는 욕실에선 냉기가 흘렀다. 20대의 젊은 여성이 갑자기 사망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부검 결과에선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실마리는 잠겨있던 A씨의 휴대전화에서 나왔다.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A씨가 성매매 등을 강요당한 증거들이 쏟아졌다. 이를 지시한 사람은 신고자인 B씨였다.

학교 동창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가혹 행위를 한 20대 여성과 그 동거남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공판부(민영현 부장판사)는 성매매 알선법 위반(성매매강요)과 성매매약취, 중감금 및 치사,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로 B씨와 동거남(27)을 구속기소 했다고 3일 밝혔다.

B씨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A씨를 집에 가두고 2145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시키고 대금 3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에게 특정 자세를 취한 상태로 사진을 찍게 하는 등 3868건에 걸쳐 성 착취 물 촬영을 강요하고 냉수목욕, 구타, 수면방해 등 가혹 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중·고교·대학, 직장까지 함께 다녔는데

A씨와 B씨는 중·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함께 나온 동창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엔 고향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 같은 직장에서 일했다.

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직장을 그만둔 2017년으로 추정된다. 처음엔 둘이 함께 성매매를 시작했다. 성매매로 돈이 생기자 B씨는 A씨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는 "성매매 조직이 배후에 있다"며 "네가 일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는 등의 말로 협박을 하면서 A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검찰. 뉴스1

검찰. 뉴스1

A씨 집에 홈 캠을 설치하고,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하루 평균 5∼6차례 인근 모텔 등지에서 성매매하도록 지시했다. A씨가 하루에 정해진 액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거부 의사를 나타내면 한겨울에 냉수 목욕을 시키고 때렸다. 잠을 재우지 않기도 했다. 성 착취 사진을 A씨 부모에게 보내겠다고 협박도 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B씨를 피해 2021년 초 지방으로 도망갔다. 학대로 입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B씨는 자신의 동거남과 함께 A씨를 다시 서울로 데려와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 부모에게 "A가 성매매를 하고 있어서 내가 돌보며 못하게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A씨와 가족 사이를 단절시키기도 했다.

친구 숨지자 성매매 대금 인출해 숨겨

수사 당국은 A씨가 B씨의 집에 감금된 상태에서 성매매 강요와 가혹 행위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냉수 목욕을 하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는 A씨가 숨지자 동거남과 함께 A씨 통장에 있던 성매매대금 2억3000만원을 인출해 자신의 집에 숨겨 놨다가 적발됐다. 경찰 조사에서도 "A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 내가 강요한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B씨의 집에서 발견된 A씨의 성매매 대금을 압수했다. 검찰도 이들의 집 임대차보증금 2억2000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심약한 A씨가 학교 동창이자 외지에서 함께 생활한 B씨를 많이 의지하면서 '그루밍(피해자와 신뢰 관계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범죄를 함)'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