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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프랑스오픈 3회전도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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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권순우가 2일 프랑스 오픈 테니스 1회전에서 백핸드 샷을 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윔블던 준우승자 앤더슨을 꺾고 64강에 진출했다. [EPA=연합뉴스]

권순우가 2일 프랑스 오픈 테니스 1회전에서 백핸드 샷을 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윔블던 준우승자 앤더슨을 꺾고 64강에 진출했다. [EPA=연합뉴스]

한국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24·당진시청·세계 91위)가 또 한 번 메이저대회 2회전에 진출했다.

1회전서 100위 앤더슨 3-1 꺾어 #지난해 US오픈 이어 메이저 2승 #프로 누적상금 100만 달러 돌파 #37세 베테랑 세피와 2회전 격돌

권순우는 2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1회전(128강전)에서 케빈 앤더슨(남아공·100위)을 세트스코어 3-1(7-5, 6-4, 2-6, 7-6〈7-4〉)로 꺾었다.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 승리다. 그는 지난해 9월 US오픈 1회전에서 승리했다. 한국 선수로는 이형택(2004~05년·3회전 진출)과 정현(2017년·3회전 진출)에 이어 세 번째로 프랑스오픈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권순우는 2회전(64강전)에서는 안드레아스 세피(98위·이탈리아)와 맞붙는다. 세피를 잡으면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3회전(32강)에 진출하게 된다.

권순우는 2회전 진출로 상금 8만4000유로(약 1억1000만원)를 확보해, 누적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2015년 프로에 데뷔한 권순우의 누적 상금은 103만1413달러다. 정현(369만 달러)과 이형택(235만5686달러)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다.

사실 권순우에게 1회전 상대인 앤더슨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현 세계 랭킹은 권순우보다 낮지만, 2018년에는 한때 세계 5위까지 올랐던 베테랑이다. 2017년 US오픈, 2018년 윔블던 등 메이저대회에서 두 차례 준우승했다.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우승만 6차례다. 반면 권순우는 지난해 기록한 69위가 개인 최고 랭킹이다.

3시간 9분에 걸친 접전이었다. 권순우는 1세트에서 게임스코어 5-5까지 맞섰다.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어렵게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서는 앤더슨의 첫 서브 게임을 따내 2-0으로 앞선 뒤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그러나 3세트에는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했다. 앤더슨은 큰 키(2m 3㎝)를 활용한 강한 서브로 연이어 에이스를 따내며 권순우를 압박했다.

경기 하이라이트는 4세트였다. 권순우는 2세트처럼 상대의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게임 스코어 2-0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5-4로 앞선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줬다. 경기 흐름이 앤더슨 쪽으로 넘어갈 위기였다. 하지만 권순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의 서브 때 포인트를 지켜가며 타이브레이크 4-4까지 끌고 가는 등 끈질긴 공방전을 벌였다. 결국 권순우가 먼저 앤더슨의 강한 서브를 받아냈고, 주 무기가 막힌 앤더슨의 3구 공격이 라인 밖에 떨어지면서 권순우가 5-4로 앞서갔다.

힘을 받은 권순우는 자신의 서브 때 적극적인 네트 플레이를 펼쳐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이어 마지막 한 포인트를 잘 지켜내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권순우는 이날 서브 에이스(8-30)와 공격 성공 횟수(54-39) 모두 앤더슨에게 뒤졌다. 더블 폴트도 9개로 앤더슨(3개)보다 많았다. 그러나 실책(36-46)을 줄이면서 더 안정적인 게임을 했다. 고비에서 중요한 점수를 따내는 경기 운영 능력도 돋보였다.

권순우는 "클레이코트 대회라 긴장도 되고 어려움이 많은 경기였지만, 1회전 승리로 클레이코트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프랑스오픈은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대회다. 하드코트(호주오픈, US오픈)나 잔디 코트(윔블던)보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크다. 어린 시절부터 클레이코트에 익숙한 유럽 선수들이 프랑스오픈에서 유독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다. 권순우도 클레이코트 경험은 많지 않다. 올 시즌 클레이코트 대회가 줄줄이 열린 최근 두 달 중 한 달은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쉬었다. 프랑스오픈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4일에야 ATP 투어 베오그라드오픈을 통해 복귀했다.

베오그라드오픈 결과도 좋지는 않았다. 세계 284위인 페자 크르스틴(세르비아)에게 져 1회전에서 탈락했다. 프랑스오픈 1회전 통과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권순우는 명승부 끝에 값진 승리를 손에 넣었다.

이제 그가 올 시즌 목표로 삼았던 ‘메이저대회 3회전 진출’이 가시권이다. 2회전 상대 세피는 37세 베테랑이다. 메이저 16강(4회전)이 최고 성적이다. 투어 대회 단식에서 3회 우승했다. 개인 최고 랭킹은 2013년 18위다. 권순우는 세피와 지난해 ATP 투어 웨스턴앤서던오픈 예선에서 한 차례 맞붙어 2-1로 이겼다. 권순우는 "세피 선수와는 훈련도 같이 해봤고 지난해 웨스턴 앤 서던 오픈 예선에서 만나 승리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공격적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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