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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둘러 '이재용 사면' 요청한 최태원···文 "공감하는 분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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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단체장이 건의했던 걸 고려해 주십시오.”(최태원 SK·대한상의 회장)

“그 건의라는게 무슨 의미인가요?”(문재인 대통령)

2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4대 그룹 대표단 청와대 점심식사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달라는 요청을 에둘러 표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도약을 위한 경영계의 노력을 설명한 뒤, 이를 뒷받침 해달라는 뜻으로 ‘경제 5단체 건의사항’을 언급한 것이다.

靑 달라진 반응에 기대감 높아진 경영계

대통령 오찬에 참석한 4대 그룹 대표. 뉴시스

대통령 오찬에 참석한 4대 그룹 대표. 뉴시스

최태원, 이재용 사면 에둘러 재요청  

최 회장이 요청한 건의사항은 4월 말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청와대에 공동으로 접수한 이재용 부회장 사면 요구서다. 이들 5단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있는데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세계 1위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이 부회장이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 물음에 “사면 요청을 드리는 거다”는 취지로 최 회장이 답하자,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부회장이 의견을 냈다. 김 부회장은 수감 중인 이 부회장 대신 이날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어떤 위기가 또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앞으로 2~3년 동안 이 부회장의 역할이 대한민국 경제에 중요하다”며 거들었다. 이를 들은 문 대통령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지금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의선·구광모도 함께 거들어 

청와대에서 열린 이날 문 대통령과 4대그룹 수뇌부와의 회동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4대 그룹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44조원대의 대 미국 투자를 결정한 데 대한 격려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찬에서 기업의 인재 육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 앞으로 미국 내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 진출 권유 등이 주요 주제로 거론된 이유다.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4대 그룹 대표. 연합뉴스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4대 그룹 대표. 연합뉴스

경영계, 총리에게도 사면 청할듯

문 대통령의 이날 반응에 대해 경영계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건의서 접수 당일(4월 27일) 청와대 측의 “검토한 바 없고 검토할 계획이 없는 상태”라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3월 상공인의날 행사 때 8년만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경영계에 우호적인 신호를 많이 보내는 것 같다”며 “한·미 정상회담 전 LG-SK 두 회사가 배터리 분쟁 합의를 하면서 미국 투자금 총액이 증가한 것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이 됐다는 걸 청와대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늘 참석한 그룹 총수 중 최고 형님격이고,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대표성도 있는 최 회장이 사면 요구의 말문을 연 것 같다”며 “이미 건의서를 통해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이 부회장 사면 요구를 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같은 말을 다시 꺼내는 데 대해 부담도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영계는 3일 예정된 김부겸 국무총리와 경총·대한상의·중기중앙회 등 단체장 간담회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을 다시 요구할 계획이다. 경총 관계자는 “대통령의 긍정적 발언에 대해 총리도 같은 흐름의 발언을 해준다면 사면 분위기가 속도를 탈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경영계는 김 총리와의 만남에선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 투자세액공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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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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