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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진보 속, 한 번 실업 영원한 실업?…작년 자연실업률 3.9%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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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자연실업률이 3.9% 안팎인 것으로 추정됐다. 물가상승 등의 요인을 배제한 완전고용상태에서 나타나는 실업률이다. 금융위기 이후 기술 발전 등으로 경제 구조가 변하면서 기존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지며 자연실업률이 점점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1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연실업률은 3.9% 내외로 추정됐다. 자연실업률은 급격한 인플레이션 등이 없는 안정적인 경제상태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실업상태로, 완전고용실업률로도 불린다.

통상 자연실업률은 고전적인 경제모형인 ‘필립스 곡선’으로 추산된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관계를 따진 모형으로 통상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높을수록 경제 활동이 활발해 실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 추세가 길어지며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의 유의성이 낮아지며 필립스 곡선의 유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연실업률 및 실업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자연실업률 및 실업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은행은 이날 필립스 곡선 대신 구직기간별 실업자 분포라는 새로운 모형으로 자연실업률을 추산했다. 인구 고령화와 고학력화,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증가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해 자연실업률을 추산하는 모형이다.

분석에 따르면 국내 자연실업률은 2002년 3.7%에서 2011년 3.3%로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이후 반등해 2020년 3.9%까지 올랐다. 이처럼 자연실업률이 높아진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을 의미하진 않지만,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차장은 “자연실업률은 완전고용상태를 가정한 균형 실업률을 나타내기 때문에 높거나 낮다는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다”며 “다만 정책 당국에서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을 재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노력한다면 자연실업률은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실업률이 늘어난 이유는 실업자들의 취업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고용시장에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늘어난 것보다 기존 실업자들이 고용시장으로 재진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구직기간별 실업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구직기간별 실업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특히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는 장기실업자도 크게 늘어난 점도 두드러진다. 구직기간이 4~6개월인 장기실업자의 비율은 2008년 1분기 13.1%에서 지난 1분기 28%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구직기간이 7개월 이상 비율도 4.5%에서 9.1%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진데다, 기술 진보로 특정 기술이 필요한 노동 수요가 늘어나는 등 경제 구조가 변화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오 차장은 “실업률을 높이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숙련편향적 기술진보 같은 구조적 요인이 실업자가 고용시장 취업으로 넘어가기 힘들어진 가장 큰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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