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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마지막 총장' 김오수 임명 강행…檢줄사표 이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김오수(58·사법연수원 20기)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이날 오전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3분 만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 채택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의 제44대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1일부터 44대 검찰총장 임기 개시

이로써 김오수 검찰총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되는 33번째 장관급 이상 인사가 됐다. 1일부터 시작한 김 총장의 공식 임기는 검찰청법 12조에 따라 2023년 5월 31일까지 2년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5월 9일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다.

김 총장은 인사청문 기간 “최우선 과제”로 ‘조직 안정’을 꼽았지만 검찰 내부 집단 반발은 거세졌다. 청와대 권력수사 뭉개기와 검찰 형사부의 6대 범죄 직접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조직개편안 때문이다. 조상철 서울고검장(52·23기)에 이어 이날 오인서 수원고검장(55·연수원 23기), 배성범 법무연수원장(59·23기)이 법무부에 사표를 냈다.

'방탄총장'…이광철·월성원전 靑수사 '뭉개기' vs. '마무리'에 달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에 김 총장이 1일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보고받을 사건들이 ‘방탄 총장’ 우려가 사실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후임 총장과 논의하라”며 공을 넘긴 두 개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가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 중인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가 2018년 월성원전 조기 폐쇄 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 중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의 사법처리 방향이 그의 결재에 달렸다.

역대 검찰총장 표.

역대 검찰총장 표.

이 중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은 김 총장 본인이 법무부 차관일 때 출금 승인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청문회 기간 “이해충돌 사건에 대해서는 향후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정확하게 회피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이광철 비서관에 대한 기소를 포함해 추가 수사에 대해선 6월 초 단행될 검찰 고위급 인사로 임명될 차기 대검 차장검사가 다시 공을 넘겨받을 공산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가 최근 소환 조사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 처리도 차기 총장의 몫이다. 다만, 이 차관이 지난 28일 사의를 표명하고 검·경찰의 소환 조사에 응하면서 김 총장으로선 부담을 덜었다는 관측도 있다.

'박범계 검수완박', 형사부 직접수사 폐지엔 '방패'역할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한 31일 오후 김오수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그의 임기는 6월 1일부터 시작된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한 31일 오후 김오수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그의 임기는 6월 1일부터 시작된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장으로서 더 큰 과제는 박범계 장관의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한 내부 반발을 어떻게 수습하느냐다. 전국 일선 지검 형사부가 6대 주요 범죄를 직접 수사하려면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고, 지검 산하 25개 지청은 검찰총장의 요청과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김학의 불법 출금 및 원전 수사, 이상직 무소속 의원 횡령 비리의혹 수사 등을 주도한 일선 지검 형사부의 직접수사권을 사실상 빼앗겠다는 의미여서 ‘박범계식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김 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총장에게 앞서 국회 청문회 기간 제기된 가장 큰 우려도 정치적 중립성 여부였다. 2018년 6월부터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을 차관으로 보좌한 데 이어 퇴임 이후 검찰총장·금융감독원장·공정거래위원장·국민권익위원장과 감사원 감사위원 등 요직 발탁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인서 수원고검장 이어 '조국 수사' 배성범 법무연수원장도 사표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지난 3월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지난 3월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총장이 총장 타이틀을 든 31일 검찰 내 최고 기수인 연수원 23, 24기 간부들은 줄사표를 냈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오인서 수원고검장은 이광철 비서관 기소를 미루는 대검 수뇌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직서를 냈다. 오 고검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리를 정리할 때라고 판단했다. 소신을 지키며 책임감 있게 일해온 대다수 동료, 후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상철 서울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무엇보다 검찰 업무의 기본은 '사실과 법리'에 따르는 것”이라며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사안일수록 사실과 법률에 터 잡아 순리대로 가야 한다”는 사직 인사를 남겼다. 현 정부 청와대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이밖에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한 배성범 법무연수원장과 고흥(51·24기) 인천지검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총장 기수 역진 임명에도 고검장·검사장들의 줄사퇴 움직임은 커지고 있다.

하준호·남수현·강광우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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