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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개혁" 표방 공수처, '특수통' 부장검사에 실무교육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6명이 31일부터 4주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위탁교육을 받는 가운데 현직 특수통 검사들이 교육과정의 초빙강사로 차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독립 수사기관으로, 현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수사·기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날 공수처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와 법무연수원은 지난 6일 공수처 검사에 대한 특수수사 실무 교육과정을 확정하면서 복수의 현직 검사가 연사로 나서는 강연을 계획했다. 강사는 모두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현직 부장검사급으로, 검찰 특수수사의 모범사례를 위주로 공수처 검사들을 교육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체 과목도 특수수사의 이해·조사기법·공소유지, 디지털 포렌식 등 특수수사 실무 위주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기존 검찰의 특수수사의 방식과 관행을 ‘표적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라고 비판하며 출범한 공수처가 특수통 검사들에게 수사 실무를 배우는 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을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성명불상의 현직 검사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대상이 된 기관이 수사의 주체인 기관을 교육하는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가 이들 검사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공수처 관계자는 “교육 관련 비용은 당연히 공수처에서 부담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진욱 처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임명 검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이 임명됐다. 뉴스1

지난 4월 1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진욱 처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임명 검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이 임명됐다. 뉴스1

한편, 법무연수원 위탁교육에 들어간 공수처 검사 6명은 4주간 총 12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게 된다. 합숙이 아닌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6시간(점심시간 제외)의 교육을 받고, 교육 이후엔 공수처로 복귀해 직무를 수행한다. 처·차장을 제외한 공수처 검사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해 총 13명이다. 공수처는 이번 위탁교육 대상 검사 6명에 대한 이름과 소속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전체 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교육을 받는 만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특혜채용 혐의(수사2부),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및 유포 혐의(수사3부) 등 수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대상자를 선정하고 교육일정을 조율했다”며 “금번 교육 외 나머지 검사에 대한 교육 일정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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