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외국인 2500명 운집에도 단속 0건…시민단체 “눈치 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현충일 연휴였던 지난 29일~30일 경찰들이 부산 해운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방역수칙 준수 등을 계도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미국 현충일 연휴였던 지난 29일~30일 경찰들이 부산 해운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방역수칙 준수 등을 계도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미국 현충일 연휴였던 지난 주말과 일요일 이틀 동안 외국인 2500여명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부산 해운대에 운집했지만, 방역수칙 위반 단속 사례는 0건에 그쳤다. 부산 시민단체는 경찰과 지자체의 방역수칙의 소극적 적용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틀간 해운대서 방역수칙 위반 51건 접수…단속 0건

31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미국 현충일 연휴였던 지난 29일부터 31일 오전까지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술을 마시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112 신고가 모두 51건 접수됐다.

해운대 관광시설관리사업소도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서 30일 오후 9시부터 31일 오전 2시까지 마스크 미착용과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 등으로 210여 건을 단속했다. 대부분 마스크 미착용,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 국내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항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1.5단계가 적용 중인 부산은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고, 야외에서 2m 이상 거리를 유지되지 않은 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백신 접종 여부와는 상관없이 마스크는 의무저그로 착용해야 한다.

연휴 기간 경찰 80여명과 해운대구 직원 17명 등이 해수욕장과 구남로 일대서 순찰을 했다. 하지만 신원확인 등이 어렵다는 이유로 방역수칙 위반을 적발해도 모두 계도에 그쳤다. 단속반이 자리를 뜨면 소란과 방역수칙 위반이 이어지는 등 30일 새벽까지 소란은 곳곳에서 계속됐다.

지난해 7월4일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미군 등 외국인들이 폭죽 소동을 벌였다. 뉴시스

지난해 7월4일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미군 등 외국인들이 폭죽 소동을 벌였다. 뉴시스

시민단체 “미군에 방역수칙 소극 적용해 매년 소동”

시민단체 등은 미군에게 방역 수칙을 소극 적용하는 것을 두고 불만을 표시했다.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31일 오후 2시 부산항 8부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해운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난동을 부리는 등 방역 수칙을 위반했음에도 주한미군 측이 아무런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아 올해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주한미군의 외출외박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진구에 거주하는 박모(29)씨는 “외국인들이 무리 지어 있는 모습만 봐도 위화감이 드는데 주변에 있던 경찰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기들끼리 축제를 즐기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한국 방역 수칙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시는 해운대구와 협의해 위법 행위자를 적발하기로 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