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잡히지 않는 코로나19…“혹시 나도 확진?” 걱정에 익명 검사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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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와 마주치진 않았는데 혹시나 불안해서 익명검사라도 받으려고 왔죠.”

유동인구 밀집지역 ‘광천터미널’에서 확진자 발생도 영향

지난 27일 광주광역시청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고 줄을 선 시민이 한 말이다. 이곳은 전날 2000명이 넘는 검사 인원이 몰리면서 업무가 마비될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익명검사 폭주 검사 조기 마감”

지난 27일 광주광역시 서구 시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7일 광주광역시 서구 시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앞서 광주시는 지난 26일 오후 7시 23분께 “이날 시청 선별검사소 접수는 검사 인원 폭주로 오후 9시까지 가능하다”며 “이날 검사를 못 하신 분은 내일 보건소와 시청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받길 바란다”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27일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광주시는 지난 26일 하루 동안 시청 선별검사소에서 2113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집계했다. 이날 광주 전역에서 이뤄진 코로나19 검사자 8485명 중 24.9%에 달하는 수치다.

광주시 방역당국 관계자는 “평소보다 몇배 많은 시민들이 몰린 상황”이라며 “무증상자라도 늦은 시간까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시청 선별검사소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시는 지난 17일부터 30일까지 코로나19 특별방역 기간으로 지정하고 시청 선별검사소 운영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기존 오전 9시~오후 6시)로 늘렸다. 하지만 26일 오후 들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선별검사소 운영을 마친다는 안전안내문자를 보냈다.

익명·편의성·늦은 시간도 검사 장점

지난 27일 광주광역시청 광장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7일 광주광역시청 광장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청 광장 선별검사소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기침·발열 등 의심증상이나 확진자 접촉 여부 등과 관계없이 무료로 익명검사를 할 수 있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거나 증상이 없는 시민도 이곳에서 검사를 받울 수 있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익명검사이기 때문에 신원 확인 없이 휴대전화 번호만 제공하면 된다.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동선이 겹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보건소 선별검사소는 오후 6시에 끝나는 것과 달리 시청 선별검사소는 늦은 시간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치지 않는 확산세에 연일 400~1000명 검사

광주시청 선별검사소에 시민이 몰린 이유에는 그치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도 영향을 미쳤다. 광주지역은 지난 20일부터 27일 오후 2시까지 10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광주지역 전체 코로나19 검사자도 ▶20일 7230명 ▶21일 7443명 ▶22일 3974명 ▶23일 3874명 ▶24일 5543명 ▶25일 6545명에 이른다.

지난 일주일 동안 시청 선별검사소 검사 인원도 ▶20일 517명 ▶21일 474명 ▶22일 1134명 ▶23일 486명 ▶24일 627명 ▶25일 827명 등 400~1000여 명에 달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존 확진자와 접촉이 없는 시민이라도 시청 선별검사소에서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어 무증상 감염을 우려해 검사를 받고 싶은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 관문 뚫리자 검사자 폭증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터미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난 27일 관할 보건소인 광주 서구 보건소 선별검사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터미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난 27일 관할 보건소인 광주 서구 보건소 선별검사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프리랜서 장정필

방역당국은 26일 익명 검사자 숫자가 평소보다 몇배 이상 치솟은 원인 중 하나로 유동인구 밀집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따른 시민들의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광주 서구 광천터미널 내 상가와 매표소 직원 등 1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광천터미널은 서울과 경기, 부산, 전남 등 각지를 오가는 고속·시외버스 터미널로 광주의 관문이자 유동인구가 특히 많은 곳이다. 광천터미널 관할 선별검사소인 광주 서구보건소도 27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천터미널 관련 확진자들이 방문한 시간대에 동선이 겹치는 시민들에게 검사를 당부했는데 시청 선별검사소의 접근성이 편해 시민들이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늦은 밤 검사를 받고 아침까지 결과를 받길 원하는 시민들이 더욱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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